활동가의 편지

더 나은 회의를 위하여

사랑방은 매해 한 가지 주제를 정해 조직 점검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어요. 올해 주제는 ‘회의’로 정하고 지난 4월 28일 휴일 오후 장장 5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방의 ‘회의’를 점검했답니다.

 

조직 점검 워크숍은 어떤 의미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가스 검침과 같다고나 할까요? 사랑방 민선 활동가가 한 말이에요. 일상의 안전한 회의 공간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더없이 적절한 말이 아닐까 싶은데요. 사랑방이 ‘회의’를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한다고 하니, 더러는 사랑방 회의에 무슨 문제가 있냐고 궁금해들 하더라고요 당연히 문제가 없지 않죠. 사랑방에 모인 사람들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가 아니라 아주 다양한 개성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요.

 

예상하시겠지만 사랑방은 회의가 잦은 조직입니다. 거의 모든 사랑방의 조직적 의사결정이 상임회의와 년 3~4차례 진행되는 총회에서 상임활동가와 돋움활동가들로 구성되어 결정이 이뤄집니다. 그러니까 사랑방 회의는 사랑방의 활동을 구상하고 벼리고 평가하고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와 같은 셈이지요. 수평적인 구조 속에서 전체 집단이 만족할만한 의사결정에 도달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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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논의를 통해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회의의 최종 목표이겠지만, 기계가 아닌 감정을 가지고 저마다의 취약점을 지닌 사람들이 매번 만족스러운 회의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고 실패를 쌓는 경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사랑방은 문제가 없는 조직, 그 불가능한 목표를 표방하기보다는 언제든 있고, 언제든 생길 수 있는 조직적 문제를 마주할 용기를 내기를 포기하지 않는 조직 같습니다. 문제를 확인하고, 어려움을 발생시키는 다양한 맥락과 관계의 조건을 살피는 일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워크숍의 마지막 시간에 각자 회의에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주어졌는데요.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능력들에 새삼 놀라기도 했습니다. 마치 ‘아..회의에서 네가 그런 모습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구나..’ 같은 안도랄까요? 제 경우 고민이 영글지 않은 상태에서 말하기의 부담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요. 이런 고민거리를 털어놓고 나누고 공감 얻으며 서로가 어떤 보완재가 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동시에 평소 동료의 말을 어떻게 더 잘 듣고 그가 더 잘 말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나의 실천 또는 조직의 실천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일방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응답이 되기 위한 회의는 어때야 할까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워크숍의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어요. 적어도 사랑방 활동을 한 지 반년을 갓 넘긴 활동가인 저에게는 말이지요.

 

사랑방 미류 활동가는 잡지『인권운동』창간호의 글, <평등에 거듭 도전해야 한다면>에서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차이와 갈등을 품는 만큼 조직은 강해진다. 조직을 혼란에 내맡길 줄 알아야 성원들이 자신의 위치를 조정하면서 조직이 살아있게 된다.”

 

회의가 조직 구성원의 차이와 갈등이 표출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회의는 조직의 축소판인듯합니다. 달리 말하면 회의를 잘하기 위한 노력은 차이를 더 잘 인정하고 더 잘 갈등하기 위한 조직이 되기 위한 노력인 셈이지요. 아마도 이번 워크숍은 저와 동료들은 ‘신뢰’라는 흔한 말의 질감을 조금은 느끼고 쌓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조직을 혼란에 내맡겨도 괜찮다는 일종의 눈짓을 주고 받는 시간이라는 의미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