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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규칙 위반

10월에는 ‘내 인생의 규칙 위반’을 아그대다그대 이야기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였나, 친구 따라 오락실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게 뭐 규칙이랄 것도 없지만, 
왠지 가서는 안 될 곳에 들어선 느낌이었어. 약간의 초조함에, 보이지 않는 짜릿함이
살짝 얹어진 느낌이랄까. 근데 오락이 그다지 재밌지는 않아서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던 듯. 
어쨌든 그게 첫 기억이야. 그것보다는 약간의 의도적인 규칙 위반이라면, 
고등학교 다닐 때 색동양말 신고 목이 높이 올라오는 단화를 신고 뭐 그런 류의 위반. 
하지만 전반적으로 규칙이 강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어. 
내 감수성이 허랑허랑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 
그때 남학생들의 머리는 왜 한결같이 짧았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한참 후에야 들었다니깐.
(미류)

 여섯 살 때 인천에 살았는데 웅변학원을 다녔어요. 
그 때의 저에겐 학원을 갈 때마다 풍선껌을 가져가는게 정언명령같은 거였는데, 
어느 날인가 학원 가기 전 풍선껌을 사러갔는데 돈이 없는 거에요. 
잠깐 머물다가 슥 주머니에 넣고 나왔지요. 얼마나 두근두근했는지... 
그 때 뭔가를 훔쳤다는 사실이 제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나 봐요. 
9살이 되서 이미 서울로 이사를 온 후였는데, 엄마한테 울면서 풍선껌 얘기를 했었대요. 
엄마랑 같이 인천 그 슈퍼에 가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500원인가 돌려줬지요. 
이게 제 인생의 첫 규칙 위반인 듯... 
(민선)



 저는 워낙 얌전하고 착해서 뭔가 규칙을 위반하려고 하는 *의도*를 가지고 규칙위반을 했다고 할 만한 게 잘 없네요. 
ㅋㅋ >.<;; (사실 엄청 나쁜 놈일 수도... 크윽)
뭔가 좀 느낌이 있는 경우라면, 초등학교 4학년 때 오락실이란 곳에 처음 갔었는데, 
그 다음날 담임선생님께서 "어제 오락실 갔던 사람들 다 앞으로 나와!!"하시는 바람에 
'우와~ 어떻게 아셨지? 인생이 이런 거구나..' 했던 거랑,
아마도 또 4학년 전후였을 것 같은데, 
동네에 짓다만 대형 교회 건물(쯧쯧 마구잡이 건설이란..)이 있어서, 
딱 한번 거기에 친구들과 놀러(?)가서 철골 구조물을 타고 놀았는데, 
또 다음날 "어제 공사장 갔던 사람들 다 앞으로 나와!!"에 걸려서 
'아이~ 진짜 어떻게 아셨지? 인생이 이런 거구나..' 
했던 기억들 정도? 큭큭 
(아해) 

 규칙 위반이라... 
사실 중고등학교 때 학칙 위반은 참 많이 했는데 '위반이 주는 짜릿함'은 없었어요.
중학교 때 파마 금지였는데 파마했고, 고등학교 때 자율학습 땡땡이 하고..
다 필요에 의해서 했기에 짜릿함은 없었던 거 같고.. 

위반이 주는 즐거움에 빠진 건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동안 교통신호 위반하고 무단횡단하는 거 많이 했어요.
조금만 도로에서 빨간 불일 때 파란불로 먼저 바뀌기 전에 건너는거 일부러 많이 했어요. 
상당히 재미있었지요. 
같이 서있는 사람들은 제가 건너면 따라 건너려다 
빨간 불인거 보고 흠칫하는 모습도 재밌었고, 
정해진 규칙을 어긴다는 게 주는 쾌감(?^^)이 있었어요. 
한 두 달간동안 빨간불일때 건너기를 아침마다 했던 경험이
규칙위반에 대한 저의 기억이에요.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정말일까? 헤헤)
왜냐면 무단횡단 하는 이도 많을 뿐더러
작은 도로가 거의 없어서 큰 도로에서 하는 거 위험할 뿐더러 주변의 지탄을 받기 때문에 할 수가 없어서. 
소소한 위반과 규착 깨기의 즐거움이 대상이 되지 못하지요.
(그래서 다른 위반을 찾고 있답니다.^^)
(바람소리)



 갑자기 착해지고 싶은 질문이네요. 
바로 위의 언니가 원체 규칙을 많이 위반하면서 산 통에 
어쩔 수 없이 아주 바른(?) 아이로 자랄 수밖에 없었어요.
불우한 환경이었죠.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에 멍하니 앉았는 우리를 향해 "너희들 뭔 생각하는지 다 안다" 하면 
정말 그런 줄 알고 그간 뭐 잘못한 일은 없나 반성 모드로 바로 빠져드는 학생이기도 했지요.
(지금 생각해도 참 착해) 
음, 그래도 학창 시절 한 건 크게 터뜨린 일이 있었는데, 엄마 몰래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거죠. 
몇 번 나가지도 못하고 들키고 말았는데, 그날 죽다 살아났습니다. 
정말 주님을 보게 되는 줄 알았음다. 
핍박이 열망을 키운다고 그럼에도 나가고, 또 나가고... 
결국 엄마는 '시집갈 년'이란 이유로 교회 다니는 걸 허락하셨지요. 
해금되고 나선 제가 알아서 교회에 나가지 않게 되었습니다만.
어머니, 너무 앞서 가셨지요.
(녹우)

 난 왼손잡이다. 
어렸을 때부터 집이나 학교에서 오른손으로 밥 먹고 오른 손으로 연필 쥐라고 
20년 넘게 핍박을 받았다. 
어느 누구도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해 주지 못했다. 
그리하여 난 고집으로 어른들의 호통과 설득을 견디어야 했다. 
최근 지하철에서 우측 통행을 장려하는 데 난 내가 편한 대로 걸어간다. 
오른 쪽으로 걸으라는 것을 살짝 무시하면서 반대로 거꾸로 걸어간다. 
이것도 규칙 위반에 해당하겠지? ㅋㅋㅋ
(승은) 

 어렸을 때 “참 순하게 생겼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중학생이 되니 그 말이 되게 듣기 싫었다. 
못생겼다 내지는 밋밋하다 내지는 얼굴이 넓대대하다는 말로 귀에 꽂혔고, 
그것은 다시 ‘네 생활(인생) 안 봐도 뻔하다’는 말로 마음에 꽂혔다. 
그때부터 소소하게는 ‘욕을 좀 섞어 말하기’나 ‘팔자걸음 걷기’나 
‘독서실 간다고 하고 땡땡이치기’에서부터 
대범하게는 ‘깊은 밤 몰래 집에서 빠져나와 쏘다니기’, 
‘남고 애들이랑 2박3일 캠핑 가기’ 등 규칙 위반을 짜릿하게 즐겼다. 
중고딩 시절 나의 은밀한 이중생활은 단 한 번도 들킨 적이 없었는데, 
이는 초딩시절의 반듯한 생활로 얻은 신뢰와 왠지 믿음을 주는 넓은 얼굴 덕분이라고 믿고 있다. 
(시소)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그 지역에서 유일하게 '스포츠머리'를 강제하는 학교였다. 
그게 어찌나 싫었던지.
머리카락 길이가 몇 센치냐 하는 것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했다. 
손으로 머리를 쥐었을 때 손가락 위로 올라오면 안된다는 교칙을 어기며
기를 쓰고 머리를 길렀다. (그래봤자 손가락 위로 2~3센치 정도? 오히려 더 어중간한 뻗친 머리..) 
두발검사할 때마다 두근두근 교사와의 신경전. 
그걸로 교무실도 몇 번 들락거렸다.
운전을 배우고 나서는 불합리한 교통신호가 눈에 많이 들어온다. 
우리나라는 보행자보다는 주로 차를 위한 교통신호체계인 것 같은데, 
그래서 보행자들에게는 쓸데 없는 신호등이 많다. 
그런 신호등은 보행자로서 안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 
사람 중심의 교통체계를 위한 소심한 저항이라고나 할까.^^;;
그리고...가끔씩은 지금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규칙 위반이 아닐까 생각할 때도 있다. 
워낙 사람들이 살아가는 '규칙'을 일률적으로 강요하니까.
(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