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건망증

건망증 [健忘症, amnesia] 기억장애의 하나로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잊어버리는 정도가 심한 병적인 상태:
1차. 콜라마시면서 딴생각하다가 삼키지 못하고 얼굴로 콜라가 넘쳤을 때..
    이것도 건망증에 해당해? 2차. 마시다 만 콜라 캔에 피던 담배 꽁초 버려놓고
    그 콜라 다시 마시다
    그 담배꽁초 입안으로 흘러들어 왔을 때. 이
    건 건망증이겠지.
    지금은 콜라를 안마셔서 그런가 잊고 살았네.
    "건망증 무서워요" (일숙)

오른손에 핸드폰을 들고 열심히 바닥에서 핸드폰 찾는 일,
갑자기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는 일,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서 내가 뭐 하러 여기 왔더라 고민하는 일 등등
이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건망증.
거리 집회에 쫒아다니느라 한창 바빴던 대학생 시절,
그날은 집회의 전술회의를 하러 서강대에 가게됐지.
뭐 매번 가는 길이라 자연스럽게 동대문운동장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 지하철 노선표를 보는데
갑자기 서강대가 무슨 역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거야.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누가 내 머리 속에 들어와서 지우개로 박박 지워놓은 건지,
정말 새하얗더라구.
어찌나 황당한지....
사실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물어보면 금방 알 수도 있었을텐데
그때는 그게 왜 그리 창피하던지.
그래서 결심했지.
충정로부터 시작해서 한 역마다 내려 확인하기로.
하지만 서강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밀려오는 두려움이란.
등에 땀까지 나면서 이러다 회의에 못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구.
결국 신촌까지 확인하지도 못하고
이대역에서 내려 공중전화를 찾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신촌역에서 내리면 된다는 것을 알아냈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니까. (씩씩)

자신의 건망증에 절망해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물건 잃어버리는 거야 일상이고,
계단을 마구 뛰어올라가던 중
문득 왜 올라가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흠칫 놀라 다시 내려오며 절망하는 정도의 기억은 모두 한 두가지씩 가지고 있을 듯 하다.
그래서!! 하하하!! 지나 데이비스, 사무엘 잭슨이 주연한 영화
<롱키스 굿나잇>을 보면
사무엘 잭슨이 이상한 노래를 만들어 부르면서
물건을 챙기는 장면이 나온다.
그걸 보고는 "바로 이거야!!" 하하하!!
그 이후부터는 나도 지금은 중요한 소지품(지금은 네가지. 지갑, 열쇠, 핸뽕, 팔찌)을 생각나는 대로
'하나, 둘, 셋, 넷. OK.' 하면서 체크한다.
그 이후로 중요소지품을 잃어버린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
하지만~! 목록에 끼지 못한 소외된 물건들은
여전히 기억 밖이라는 거~~~ 큭큭 >_< (아해)

안경 쓴 채 안경 찾기라던가, 숫자는 돌아서면 잊는다던가,
손에 뭔가를 들고 다니는 날엔
거의 앉은 자리에 놓고 나온다던가 하는 건 웃고 넘길 수 있지만
학교 시험을 까맣게 잊고 있다 안본다거나,
입사면접 날 아침에 회사측 전화를 받고서야 면접날이란 걸 깨닫는다거나 할 땐
좀 곤란해지죠 (유성)

최근 화장실에서 똥누고 물 내리는 걸 까먹는다.
푸세식의 간단함이 그립다. (명수)

건망증 때문에 기억이 안나 고생한 적이 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아마 그랬던 적이 한번도 없었던 듯...
음...
내가 지금 뭐에 대해 쓰고 있는 거지? -_-^ (씨진)

어린시절 내가 불행을 털어버리는 방식은 그날 있었던 안좋은 일들을 빨리 기억의 저편에 밀어넣고
아무일도 없었던 양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거였어.
그렇게 길들여져서일까.
할 일도 잘 안 잊어버리고 한번 찾아간 곳도 더듬더듬 잘 찾아가고
물건도 잘 잃어버리는 편이 아닌데,
정작 기억하고픈 소중한 일들과 사람들까지 곧잘 잊어버리는 거야.
그게 너무너무 싫어 <이터녈 션사인>의 조엘처럼 지워진 기억들을 뒤쫓고 싶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요즘은 잊어버린 줄만 알았던 옛날 일들이 새록새록 되살아오는 반면,
깜빡깜빡 건망증은 심해지네.
'선택적 기억상실'의 터널을 빠져나와
'일시적 기억장애'의 순환기로 건너가고 있나, 나? (개굴)

‘정말 심하다’‘너무 어처구니없다’며 딴 사람들의 건망증에 혀를 차다,
“난 없나봐~”로 정리하려 했는데,
간만에 펼쳐든 일기장에 기록된 무시무시한 건망증.
‘급좌절’모드...-.-;;

2002년 10월. 맘 잡고 ‘일기 한 번 쓸까’ 싶어, 펼쳐든 일기장에 단 한 개의 일기가 있었다.
궁금하잖아~
넘의 것도 아닌데..뭐라했나. 흠~
(참고로 그 하나의 일기는 2001년말쯤에 썼던 것 같다..12월이었어. 설마 2000년이겠어?)
“어머머..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나봐” “세상에나..”
“근데.. 누구야? 왜 이름을 안 적었어!!” 구석구석 다 읽어도 이름이 없었다.
2002년 10월 그날의 일기는 이렇게 시작해.
“옆에 있는 일기가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나?
근데 좋아했던 사실이 무척 충격적이었나봐....” ^^.. 진짜냐고?
그르게...
진짤까..
흠 (낮에뜬달)

깜박깜박이야 하루에도 열두번이지.
샤워하는데 머리는 안감고 나와 드라이기로 머리 말리면서
"왜 이렇게 머리냄새가 나지?"
찡그릴때도 있고, 옥수수차 불에 올려놓고 잠자리에 들어가
"어디서 옥수수차 냄새 참 구수하게 난다"
하다가 화들짝 놀라 깬 적도 있고. (초화)

가히 '건망강호'라 칭할 수 있을지니
뭐니뭐니해도 꽁초콜라의 맛은
상상만도 몸서리가흐흐흐흐
고수들에 비할 바 안되겠지만,,
때는 손전화도 없던 시절,
크리스마스이브날 술집을 전전하다 늦은 시각 귀가_
식구들은 모두 예수탄생을 축하하러 성당에 갔는지 아무도 없었는데
문득 현관 키(key)번호가 생각이 안나는 거야ㅎ
하루에도 몇번씩 매일같이 눌러댔던 그 번호가!
집안에서는 아롱이가 왈왈 완전 거칠게 짖어대지
추워서 발 동동
이렇게 저렇게 미친듯이 누르며 식구들 기다리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주방쪽 쪽문이 열려있음을 발견!
할렐루야,를 외치며 옷 벗고 몸을 최대한 얇게 만들어
한발한발 집안으로들어가기 성공!!ㅇㅎㅎㅎ
(한편) 문 저편에서 그렇게 거칠게 짖어대던 아롱이가
피아노 다리 밑으로 들어가 머리를 처박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는 거_-))))
키(key)번호는 끝까지 생각이 안났다는 거~
손전화에는 키번호를 늘 입력해둔다는 거~
주방 쪽문 잠그는 건 절대절대 잊지 않는다는 거ㅋ (하수 ㄱㅇㄴ)

집나간 도장이 보름만에 돌아온다는 소식 듣고 울어본 적 있으?
난 해봤으~ 으앙...
그러고보니 현금인출기에서 10만원 출금하고선 카드만 빼오고 돈은 남겨둔 적도 있다.
어찌저찌 찾아내기는 했으나 총무 시작한 이후로 다달이 이벤트가 있군.
사실, 그 날들, 기억난다.
아침부터 뭔지 모르겠지만
짜증이 밀려들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은 모두 밉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일들은 모두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그렇게 더 짜증이 온몸 구석구석을 채우다가
결국 터져나올 때.
그때 무언가를 잃어버리게 됐다.
그래서인지,
가끔 어떤 것들은,
오히려 빨리 잊혀졌으면 하는 바램이 생긴다.
머릿속을 헝클어트리는 것들은 얼렁얼렁 사라져주시라. (미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