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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안개 걷어낸 안식주

안개 걷어낸 안식주

김일숙 (상임활동가, 서울인권영화제)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아미산 중턱에서 안식주를 보내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낙동정맥 아미산 정상에 올라 몰운대를 바라보며 귀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다대포 해수욕장 옆 작은 산처럼 보이는 몰운대는 낙동강 하구의 가장 남쪽에서 바다와 맞닿는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남쪽 바다에 몰운대라는 섬이 있었으나, 낙동강에서 내려오는 흙과 모래가 쌓여 다대포와 연결되어 육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지형상 안개와 구름이 자주 끼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안개와 구름에 잠겨서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몰운대(沒雲臺)라는 이름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몰운대에서 일어난 안개는 아미산까지 올라와 아파트 단지 전체를 덮기도 합니다. 첫날 자고 일어나서는 깜짝 놀랐습니다. 동화 속에서나 보던 구름 속에 제가 있어서, 저는 하늘에 떠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하하하

안식주에 맞춰 부모님과 2박 3일 부산 여행을 함께 하였습니다. 어르신들이 많이 부르는 그 노래.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저희 부모님도 올 여름에 그 이름 동백섬을 처음 직접 밟으셨답니다. 혹시나 해운대에 가시는 분이 있다면 꼭 동백섬을 다녀가시지요. 겨울날 붉은 꽃 피우는 동백나무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반하실 겁니다.

좋아하는 장마가 왔습니다. 구름 나라에서 안식주를 보낸다 생각하니 신선이라도 된 듯 했습니다. 그래도 하루는 나가 놀아야지 하고, 안식 하루를 남겨두고 오늘은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에 다녀왔습니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내리는 비에 흠뻑 젖은 불국사, 세상을 품고 숨어 앉은 석굴암에 빠져버렸습니다. 서울 가면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미산에 올라 몰운대를 보며 제가 제게 물었던 독한 질문의 답을 장맛비 내리는 불국사를 돌아, 석굴암 앞에 주저앉고서야 찾았습니다. 서울에 가면 다시 또 할 일이 있습니다. 나의 일! 다시 부산으로 오는 덜컹거리는 무궁화호 열차 안에서 저는 내내 실실 웃고 있었습니다. 안식주 내내 사진도 찍었는데 삼성 핸드폰 갤럭시 상태가 안 좋아 생략합니다. 장마철에 모두 몸도 마음도 집도 잘 지켜내시길 바랍니다. 보름간 텅 비어 있던 제 집은 어떻게 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