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식당'

ㅎㅊ

고등학교 3학년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요일에 학교를 갔어요. 고2때까지 야간자습과 보충수업에 전혀~~ 가지 않았기 때문에 일요일 학교는 정말 이상했어요. 그때 점심시간에 학교식당에서 밥먹기가 싫어서 친구들과 학교앞 시장에 순대국 먹으로 다니고, 중국집도 가고 그랬죠. 가끔 순대국 먹으면서 소주도 한잔하고ㅋㅋㅋㅋ 가끔 순대국을 먹는데 이상하게 그때 먹은 순대국 맛이 안나요. 그땐 정말 이유 없이 맛있었는데.

정록

어찌어찌하다가 2002년에 노량진에서 자취할 때가 있었다. 자주가던 식당이 있었는데, 각종 고시 준비생들이 단골처럼 이용하던 식당이었다. 테이블은 한 4개 정도에 밥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던....마침 월드컵 시즌이라서 식당 티비에서는 중계중이었고, 밥을 다 먹고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생면부지의 식당사람들과 티비를 봤던 기억이....앞으론 나에게 절대 없을 것 같은 식당 풍경이다.

미류

대학 다닐 때였다. 다들 오후 수업에 들어가고 조용한 동아리방에 앉아 있는데 선배 한 명이 들어왔다. 같이 밥 먹으러 가자 했더니 그 선배 하는 말이, "사람은 밥을 혼자 먹을 줄 알아야 해." 밥을 먹어서 하는 소리인지, 귀찮아서 하는 소리인지, 그냥 한 번 해본 말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왜 그리 의미심장하게 들렸을까. 그 후로 몇 년 간 식당에서 밥을 혼자 먹을 때마다 나는 괜히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스스로 대견했달까. 흐흐. 혼자 밥을 먹어봐야,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게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는 말은 아니었을까 뒤늦게 생각해본다.

세주

내 인생의 식당.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오르네요..ㅋㅋ '식당이라는 공간에서부터 나의 투쟁은 시작된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몇 안되는 편한 식당 중 하나가 심야식당이라네~~ 2003년부터 즐겨가던 식당 한곳이 있었는데 2년전에 가보니 사라졌다. 아시는 분 계실지 모르겠지만.. 봉천 사거리 우렁된장 집이라고..ㅡㅡ 친구들이랑 밥먹으러 가고 맛있어서 안가본 친구 데리고 가서 소개시키고 했는데...어느새 사라졌다. 왜 그리 아쉽던지...

세주가 말한 심야식당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다면... 영광입니다! ㅋㅋ <심야식당> 만화책을 보며 품었던 로망을 레알로 만들기 위한 고군분투는 계속된다! 문어 소시지부터 명란젓 계란말이까지 맛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손익분기점을 계산할 줄 몰라 적자로 끝난 2010년 중림동 심야식당(일본 편)을 시작으로 일 년에 한번 심야식당을 몇몇 이들과 의기투합하여 열고 있어요. 이번엔 인도다! 3종 커리를 비롯해 인도 만두 사모사도 준비하면서 야심차게 열었던 2011년 시바식당은 적자와 함께 당시 식당 장소로 빌린 인권연구소 창 사무실에 한 달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은 커리 냄새만 짙게 남기고 막을 내려야 했습니다. 도대체 왜 계속 하는 거냐 주변의 만류(?)에 의기소침해졌으나 이대로 로망으로만 간직할 수 없다, 다시 돌아온 심야식당 3탄 ‘잠깐만 안주’를 지난 1월 11일 열었어요. 셰프로 나선 이들이 저마다의 베스트 안주를 선보이면서, 잠깐만 안주하고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는 바람을 담아 컴백, 뭘 해도 적자라는 쓰라렸던 경험들 때문인지 새 멤버의 꼼꼼함 덕분인지 이번엔 어떻게 적자를 면했네요. 심야식당 도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순 없지만 ‘혁명을 요리하다’ 카피를 걸고 심야식당 남미 편은 무조건 꼭 하리라 다짐하고 있답니다. (이 지면을 빌어 오갈 데 없는 저희에게 사무실을 내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