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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냉면

디요

15년 전쯤 동네에 옥류관이라는 냉면집에서 먹던 냉면이 무척 맛있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때는 평양냉면, 함흥냉면 구분도 몰랐다. 동네 옥류관은 그저 흔해 빠진 칡냉면과 뭔가 다른데 맛있다는 느낌이 전부였다. 서울에 올라와서 보니 칡냉면은 어디서 파는지도 모르겠고, 진짜 맛있는 냉면은 평양냉면이라고 난리난리. 하지만 서울에서 먹은 평양냉면은 정말 입맛에 안 맞았다. 밍밍하고 으.. 그리곤 생각했다. 최근 남측 예술단이 평양을 방문해서 식초, 겨자 넣어 먹던 옥류관 평양냉면이 아무래도 내가 먹던 냉면과 같은 냉면이 아니었을까?

세주

냉면..물냉VS비냉!! 비빔냉면보다는 물냉면이 좋아서 새로운 비빔냉면을 먹을 기회가 아니면 심중팔구 물냉면을 선택하는데 이건 물냉면의 물이 시원함을 더해주는 것 같아서이다. 그러던중 최근..(몇달전) 출장중에 횡성 근처에서 황태비빔냉면을 먹었는데 엄청 새롭다기 보다는 엄청나게 많이 올라간 고명때문에 좋았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군침이 돈다. 뭔가 서울에서 먹었던 그것과는 다른 재료의 싱싱함과 푸짐함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츄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흔하게 접할수 있는 둥지냉면!!! 올해도 계절이 찾아오고 있다...냉면의 계절...

아해

나는 입맛이 그리 까다롭지는 않다. 많은 것들을 맛있게 먹는다. 그중 면 종류를 좋아하기도 하고, 새콤달콤매콤한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그러니, 냉면! 물냉보다 비냉! 흐흐흐

이 또한 냉면의 범주에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겐 춘천막국수가 참으로 인상깊다. 서울 등지에서 먹어본 쟁반국수가 아닌, 심심하지만 수더분한 메밀맛이 감도는 춘천막국수는 춘천에서도 각 막국수집마다 조금씩 다른 맛으로 단골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그 집들을 탐방하며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했더랬지요.

어쓰

오이를 못 먹기 때문에 냉면을 시킬 때 꼭 고명으로 올라가는 오이를 빼달라는 부탁을 드린다. 가끔씩 올려져나온 오이는 젓가락으로 빼내면 되지만, 가장 최악의 경우는 양념이나 국물에 오이가 이미 흩어져서 나오는 냉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열심히 골라내다가, 마치 스스로 까탈스러운 편식쟁이가 된 것 같은 느낌에 우울해진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냉면은 그렇게 좋아하지도, 찾게 되지도 않는 음식이다. 최근의 평양냉면 열풍 속에서 냉면집 앞에 길게 줄을 서있는 사진을 보아도, 진짜 참된 평양냉면의 맛을 찾는 열띤 토론에도 그냥 시큰둥한 이 기분. 누군가에게 오이는 그저 맛있는 냉면에 곁들여진 재료이지만, 나에게 냉면은 언제나 오이와 함께 나오는 찜찜한 음식인가 보다.

냉면보다 냉면 육수가 더 좋다. 술 많이 먹은 다음날 냉면을 먹으며, 시원하고 매콤한 냉면 육수가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 같은 경험을 했었다. 그 이후 한동안 사이다 대신 냉면 육수를 사서 음료수처럼 마시려고 냉장고에 쟁여뒀던 적이 있다. 내가 꼽는 베스트 냉면은 시원한 동치미 육수에 매콤한 양념이 올라가고 보통 냉면사리보다 두꺼운 칡냉면. 그런 류의 냉면은 전문 냉면집보다 중국집에서 시켜먹을 때 더 괜찮다. 그런 내게 밍밍하고 어떤 자극도 없는 평양냉면은 매력이 없었는데. 사람 심리가 다 비슷한가. 남북정상회담 당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것을 보며, 내가 평양냉면의 매력을 아직 모른다는 생각에 조만간 시도해야지 다짐하고 있다.

미류

냉면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을밀대 냉면을 사랑한다. 워낙 유명한 곳인데 호불호가 꽤 갈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년 넘도록 사랑을 이어오던 중, 남북정상회담 당일 냉면에 한반도기를 꽂은 사진을 봤다. 갑자기 낯설어진 느낌. 냉면이 냉면이지 못하고 평화의 상징까지 되어야 하다니 ㅠㅠ 냉면을 냉면으로만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