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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 수거노동 노인 실태 발표

관악정책연구소 ‘오늘’(아래 오늘연구소)은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29일까지 한 달 간 관악구 전역을 돌며, 재활용품을 수거하여 판매하는 노인들에 대한 생활 실태조사를 했다. 그 결과를 11월 19일 오늘연구소 창립기념토론회에서 발표했다.

실태조사를 통해, 총 127명의 노인들을 만났고, 관악구에는 대략 1,000여 명의 노인들이 재활용품 수거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127명 중 99명(78%)이 70세 이상의 고령자였으며, 성별은 여성 70%, 남성 30%이다. 조사를 통해 노동능력 저하로 인해 임금노동시장에서 소외되어 있으나, 빈곤으로 인해 돈을 벌어야 하는 고령자, 특히 여성 노인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 재활용품 수거노동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설명] 폐지를 담은 손수레를 노인이 밀고 있다.

▲ [설명] 폐지를 담은 손수레를 노인이 밀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 재활용품 가격 인상의 요인이 합쳐져, 수거노동을 새로 시작하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며, 이 중에는 한국계 중국인(일명 조선족) 노인들과 노숙인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가게나 가정에서 재활용품이 하루 종일 불규칙하게 여기저기에서 배출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노인들이 장시간 일하고 있었고,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는 노인들도 46명(36%)이나 되었다. 쉬는 만큼 생계에 위협이 오고, 연속적으로 일을 쉬면 경쟁자들에게 수거구역이나 단골가게를 뺏길 우려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 휴일 없이 일하고 있었으며, 일주일 중 하루도 쉬지 않는 노인들이 76명(61%)이었다.

노인들의 건강 상태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응답자의 85%(108명)가 1개 이상의 질환을 앓고 있었다. 많이 걷고 무거운 것을 운반해야 하는 수거노동의 특성 상, 신경통, 관절염, 골다공증 등 근골격계 질환자가 62%를 넘었다. 또한 상해경험자가 42%, 이중 교통사고를 당한 노인들도 15%(19명)이나 되었다.

[설명] 재활용품 수거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노인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설명] 재활용품 수거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노인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재활용품 수거노동을 통한 한달 수입은 10만원 미만 32%, 10~20만원 사이 36%, 20~30만원 사이 16%, 30~40만원 사이 6%, 40~50만원 사이 6%, 50만 원 이상 4%로, 노인들 대부분이 극심한 빈곤 상태에 처해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작 기초생활수급자는 12%밖에 되지 않아, 노인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이 “자식이 있어서” 수급권자가 될 수 없었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자 규정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주거 실태에서는, 전·월세 거주자가 79명(61%)이며, 주택 임대가 월세로 전환되는 추세여서 노인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었다. 또한 지하방 거주자도 25%나 되어,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인한 건강 위험도 도사리고 있었다.

오늘연구소는 후속사업으로 우선,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만난 노인들의 민원을 맞춤형으로 해결해 나가는 동시에 재활용품 수거업체(고물상)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고충 상담과 해결을 해나갈 것이다. 또한 동절기를 대비하여 주택에너지 효율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노인들을 방문하여 주거상태를 파악하고, 수리가 시급한 집부터 단열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노인들을 공적 복지시스템 안으로 연계함과 동시에, 노인들이 조금 덜 일하고, 조금 더 많이 벌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연구해나갈 계획이다.

[설명] 2010년 11월 19일 오늘연구소 창립기념토론회

▲ [설명] 2010년 11월 19일 오늘연구소 창립기념토론회

덧붙임

이봉화 님은 관악정책연구소 ‘오늘’ 소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