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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두발규제 의견수렴까지 막아선 '어른들'

경기교육청·수원시청·수원경찰 '총출동'

한 청소년 단체가 두발규제 문제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해 준비한 캠페인 행사를 교육청, 시청, 경찰이 나서 행사 자제를 요구하며 방해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5월초 '수원시 청소년 차세대 위원회'(아래 수차위)는 정기적으로 진행해오던 '꼬릿말을 달자!' 행사를 '두발인권-머리길이가 아닌 권리에 대한 자율'을 주제로 14일 수원성 남문 인근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두발 자유화 관련 14일 광화문 집회를 추진하고 있는 아이두넷(www.idoo.net) 게시판에 이를 광고했다. 이를 본 경기도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가 수원중부서와 수원시청 등에 이 사실을 통보하면서 '행사자제' 압력이 시작된 것.

수원시 청소년 차세대 위원회 홈페이지

▲ 수원시 청소년 차세대 위원회 홈페이지



다산인권센터에 따르면 교육청으로부터 캠페인 개최사실을 통보 받은 수차위원 소속 학교의 학생주임과 교장 등은 학생들을 불러 "계속 그렇게 하면 퇴학시키겠다", "차세대위원회 하지 마라. 징계주겠다. 작년에 180명 징계 줘 봤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수원시청 체육청소년과도 12일 수차위 위탁운영 기관에 보낸 '업무연락' 공문을 통해 "최근, 학생들의 두발 자유화와 관련하여 집회를 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통보드리오니…공공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수차위는)…현재 계획중에 있는 '꼬릿말 달자' 프로그램 운영을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그 근거로 위원회의 중점활동 사항인 △수원시 청소년육성정책 수립 의견제시 △청소년 보호활동 상의 문제점 및 대안제시 △기타 청소년 유관기관의 청소년 업무에 대한 의견 제시 등과 무관함을 들었다.

체육청소년과 관계자는 "수차위는 수원시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공적인 단체"라며 "수원시의 문화·체육부문 청소년 정책에 대해 의견을 제출하라고 만들어놨는데, 애들이 불순한 외부세력이 주도하는 두발 자유 문제를 다루니까 자제하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상황을 통보 받은 수원중부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수차위 위탁운영 기관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집회 준비상황을 묻는 등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보과 관계자는 "집회신고를 하지 않으면 불법집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학생들이 모를까봐서 안내해주는 차원에서 전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기도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캠페인을 못하게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교육적 차원의 지도일 뿐"이라며 "소속학교에 통보한 것은 사실이나 아마도 문제가 되고 있는 광화문 집회와 날짜가 같아 과잉대응한 학교가 있는 것 같다"고 둘러댔다.

결국 수차위는 13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인권, 그 중에서도 두발 인권에 대한 수원청소년들의 의견을 수렴하려했던 이번 행사가 왜곡되게 해석되어 많은 파장을 일으켰"다며 14일 행사를 잠정 연기했다.

수차위 정현석 위원장은 "'꼬릿말을 달자!'는 청소년 관련 문제에 대한 청소년들의 의견을 조사해 개선방안과 정책제안을 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수원시내 거리에서 진행하는 설문조사 행사"라며 "왜 회원들이 이것 때문에 선생님들에게 불려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산인권센터는 13일 '수차위 캠페인 불허 강요에 대한 항의서'를 통해 "청소년들이 청소년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자체 기획된 행사를 어른들의 시각으로 해라 마라 하고 지시하고 협박하려면, 차세대 위원회는 왜 만들었는가"라며 "청소년이 어른들의 생색내기를 위해 들러리 서주기만을 바란다면, 수원시 청소년 업무는 누구를 위해 기획되고 집행되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청소년은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당당한 시민이며, 의사 표현의 권리와 집회 결사의 자유가 마땅히 보장된 사람"이라며 "학교는 청소년들에게 사람의 권리를 가르치지는 못할 망정, 청소년들이 자신들이 원해서 몸담고 있는 자치 조직에 가입하고 행사를 기획하는 것에 대해 참견하지 마라"고 요구했다.

수차위는 지난 2003년 학교장이 추천한 학생들을 수원시장이 위촉해 만들어진 단체로 현재 수원지역의 중·고등학교 학생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