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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스마트카드 학생증 도입, 정보인권 침해”

국가인권위, 강원대에 시정 조치 권고

강원대, 고려대, 인하대 등 전국의 많은 대학에서 인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추진해 온 스마트카드 학생증 도입 사업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인정보인권 침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강원대 학생 권모 씨는 “강원대학교가 스마트카드 겸용 학생증을 발급하는 과정에서 학생 당사자의 의사를 묻지 않고 특정 은행 계좌를 강제로 개설하도록 하는 등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강원대 총장을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국가인권위는 지난 10일 강원대 총장에게 △스마트카드 학생증은 희망자에 한하여 발급하고 △비희망자에 대하여는 별도의 학생증 발급 절차를 마련하며 △학생들에게 이같은 절차를 정확하게 안내하고 △스마트카드 학생증 도입에 따른 개인정보보호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강원대는 △스마트카드 겸용 학생증을 도입하면서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사를 묻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이 학생증 발급을 위해서는 반드시 본인 명의의 특정은행 계좌를 개설하도록 해 사실상 특정 은행 계좌 개설을 강제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카드 발급을 희망하지 않는 학생에 대하여 별도의 학생증 발급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고 △스마트카드 겸용 학생증의 도입 및 외부 기관의 학생증 발급 대행에 따른 학생 개인정보보호규정도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 국가인권위는 이러한 강원대의 행위가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헌법 제10조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일반적 행동의 자유)을 침해하는 행위로 판단, 강원대 총장에게 시정 조치를 권고했다.

춘천시는 2000년 전자화폐 사업 활성화를 위해 강원대에 전자화폐를 이용한 스마트카드 학생증 도입을 요청했고 강원대는 대학 구내에 입주한 조흥은행의 협조를 받아 2002년 2학기부터 스마트카드 학생증을 발급했다. 이 과정에서 강원대는 모든 학생들이 조흥은행 지점에서 전자화폐 활용을 위한 계좌를 개설하도록 조치하는 한편 학생들의 학생증 발급에 필요한 기본적인 학적 전산자료(주민등록번호, 대학, 학과, 학번, 성명)를 조흥은행에 제공했고, 조흥은행은 이 자료를 다시 외주업체에 송부해 학생증을 발급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스마트카드 학생증은 △도서관 도서대출 △은행 직불카드 △교통카드 △일부 가맹 상점 현금카드 등의 기능을 해 이와 관련된 개인정보를 고스란히 저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출석 관리 등의 정보도 추가 저장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고려대가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스마트카드 학생증

▲ 고려대가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스마트카드 학생증



문제는 스마트카드 학생증 도입에 따른 개인정보인권 침해의 문제가 강원대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고려대에서 ‘정보인권 등대지기’ 활동을 하고 있는 박김우리 씨는 “스마트카드는 학생정보를 기본으로 해 전자화폐, 병원 진료카드, 컴퓨터 사용빈도 등 여러 기능을 덧붙여 관련시장과 개인정보를 손쉽게 확대할 수 있어 상업마케팅 등에 매우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며 스마트카드 도입에 따른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로 고려대는 학생들에게 스마트카드 학생증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신청을 강제하며, 신청서에 종교, 가족구성, 결혼여부, 취미, 주택소유 등의 사생활 정보까지 기입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이 정보를 하나은행, 비씨카드, 브이캐시와 제휴한 업체에 제공하는 것에 동의합니다’라는 내용의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도 반드시 쓰게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고려대 학생 모임 '정보인권 등대지기'의 학생처 앞 피켓시위

▲ 고려대 학생 모임 '정보인권 등대지기'의 학생처 앞 피켓시위



국가인권위는 “정작 스마트카드의 사용주체이자 정보제공주체인 당사자 학생들의 의사는 확인하지도 않은 채 사업을 추진하는 대학당국의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인 행정관행도 앞으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향후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하여 이행할 것”을 강원대에 권고하며 “자체적으로 대학별 유사 사례들을 검토한 후 향후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