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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피해여성 부인과 질환, 성매매 강요탓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병원비를 대주기는커녕 진통제만 놔주며 계속 일을 시켰습니다. 정기적인 보건소 진료가 있긴 했지만 염증이 생겨도 약만 주고 기록은 '정상'이라고 남겼습니다." 2001년부터 2년 가량 성매매 집결지에서 일하다 자궁경부암 말기를 앓게 된 30대의 유모 씨는 심각한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성매매를 계속해야만 했던 상황을 이렇게 증언했다.

다시함께센터는 20일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불금 등을 빌미로 성매매를 강요당하면서도 이로 인해 생긴 질환을 고스란히 떠안아야만 했던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질환에 대한 책임을 그 업주들에게 묻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진경 소장은 이번 소송을 위해 성매매 여성 1백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을 바탕으로 성매매와 부인과 질병의 상관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 여성의 60% 이상이 한달 평균 20회 이상 성매매를 강요당했으며, 80% 이상이 업소에서 일할 당시 질염, 임질, 골반염을 비롯한 자궁경부암, 난소암 등의 심각한 부인과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 대부분이 성매매를 지속하기 위해 치료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며, 약 50%가 소위 '주사이모'라고 불리는 이들에 의해 불법진료나 약물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피해자 차모 씨는 "인근 병원에서 '골반염이 심하다'는 결과를 진단을 받았지만 '온지 얼마되지 않은 게 비실거리며 병원을 다니고 난리냐'며 폭언을 했다"고 증언했으며, 한모 씨의 경우는 자궁이 심하게 뒤틀려 있는 상태였음에도 (업주가 정해준) 병원에서 이상은 있지만 "조금씩은 일할 수 있다"고 말해 계속 일을 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의 가장 큰 관건은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앓고 있는 질병이 업주에 의해 강요된 성매매의 결과임을 구체적으로 증명해내는 데 있다. 법률지원단장 이명숙 변호사는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이 양자의 연관성을 실질적으로 밝혀내는 일이 난제이며, 인과관계를 밝힌 후에도 성매매 여성의 과실과 업주의 책임 비율에 대한 논쟁이 뒤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사승언 의료지원단장은 업주의 일차적 책임은 물론, 이를 방기한 보건당국, 나아가 정부의 인식 부재를 강하게 질책하면서 더 광범위한 사례수집을 통해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고, 실질적인 의료보호 개선책을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