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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법원,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유죄선고

인권활동가 김도현 실형 8개월, 박경석 집행유예 등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던 인권활동가들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11일 서울지법 25형사부(재판장 이현승)는 장애인이동권연대 소속 활동가 김도현(집시법, 전차 교통방해 혐의 등) 씨에게 실형 8개월, 박경석(일반교통방해 혐의 등) 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박경희(집시법 위반 혐의) 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집회신고 없이 불법집회를 개최한 점,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선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인 점 등 공소가 제기된 모든 부분에 대해 이들의 유죄가 인정된다"며 "이러한 행동은 사회적 질서를 위협한 것은 물론이고, 이미 유사한 사안으로 여러 차례 벌금형 또는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험이 있어, 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특히 "김도현의 경우 현재 유사한 사안의 집행유예 기간 중이어서 실형을 선고한다"면서 "다만 장애인들이 생계 및 교육 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장애인들의 필수적인 이동권을 주장한 것이고, 이러한 장애인 이동권의 중요성과 제반상황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경석 활동가는 "재판부가 이야기하는 사회적 질서와 법적 안정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그것의 십분의 일만이라도 장애인의 기본적 인권을 지키는 데 사용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장애인의 현실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장애인들의 정당한 수단을 넘은 행동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그 책임을 묻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김도현 씨는 지난해 5월 지하철 광화문역 선로에서 벌어진 장애인이동권연대 소속 이광섭(지체장애1급) 씨의 1인 시위를 돕다가 그해 8월 시위 주동 혐의로 구속돼 6개월째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박경석, 박경희 씨는 각종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와 관련해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이날 법원의 선고로 집행유예기간 중 구속된 김도현 씨의 조속한 석방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들은 재판부의 유죄선고에 항의해 항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