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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자살자 속출하는데 미국에 돈·목숨까지 대주나"

330일째 타오른 촛불, '파병반대' 염원 담아

21일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이 모든 국회의원들에게 파병 찬반 여부에 관한 질의서를 발송하고 청와대 앞 파병반대 1인 시위를 계속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로 330회를 맞은 광화문 촛불집회에서도 "파병반대"의 목소리가 연이어 쏟아져 나왔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으로 쌀쌀해진 가을밤 추위에도 불구하고 '제2, 제3의 효순이, 미선이가 이라크에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밝혀진 40여 개의 파병반대 촛불은 뜨겁게 타올랐다.

시청 앞 사무실에서 막 퇴근한 회사원을 비롯해 청년단체 회원까지 참가자들 모두는 지난 18일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파병 결정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촛불집회에 꾸준히 참석해왔다는 시민 유모 씨는 "이 땅에서 먹고살기 힘들어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는데도 미국에 돈 대주고 목숨까지 대주냐"며 침략전쟁의 뒤치다꺼리를 하기 위해 파병을 결정한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동부지역 일하는 청년회' 소속의 한 청년은 "터키도 파병을 유보하고,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마저 파병을 거부하는 시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먼저 파병을 결정하는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여 너무 안타깝"며 "평화를 위한 나라, 평화를 위한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미군에 의한 희생을 줄이고 그 과정에 한국이 동참하지 않기를 바라는 참석자들의 염원은 경찰을 예민하게 자극한 듯하다. 이날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촛불집회에서는 애도와 묵념과 같은 순수 추모만이 허락될 뿐이므로 여러 명이 모여 파병반대와 같은 주의주장을 펼치는 집회는 사전신고를 한 다음에 하라"며 주최측을 압박했다. 경찰은 지난 19일에도 같은 주장을 펴며 촛불집회 현장에 난입해 참가자들을 에워싸고 폭력을 행사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병반대를 위한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앞으로 계속 커져나갈 전망이다. 오는 24일에는 2차 비상시국회의가 개최돼 파병반대를 촉구하는 사회단체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나감과 동시에 그 이튿날에는 '파병반대 제2차 범국민 행동의 날' 행사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