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논평> 주체사상을 처벌하지 말라


얼마전 회사원 김모 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인터넷 게시판에 "서해교전에서 남측이 선제공격을 했을 가능성은 왜 상정하지 않는가?"라는 글을 올리고 북한 관련 자료를 연결하거나 주체사상 연구 커뮤니티를 만들었던 그의 활동이 당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이 사건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김 씨가 스스로 '나는 공산주의를 지향하며 주체사상을 믿고 따르는 사람'이라는 점을 수사기관에서도 당당히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러한 김 씨의 '소신'을 향해 수사당국이 칼날을 갈고 있고, 김 씨는 심판대에 눕혀질 것이다. 공안당국에 김 씨를 물어다 준 국가보안법은 만족스런 사냥에 미소짓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직후 국가보안법 개폐논쟁이 뜨거웠을 당시, 국가보안법 유지론자들은 한결같이 "국가보안법은 오남용이 문제지 그 자체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씨의 사건은 그 주장이 허구였음을 똑똑히 증명하고 있다. 국보법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 아니라 사람의 '사상'을 처벌대상으로 삼는 법이다. 본질적으로 처벌할 수 없는 대상을 처벌하려 들기에 도무지 봐줄 수가 없는 법인 것이다.

우리는 김 씨의 사상에 대해 지지하거나 질문을 할 수 있다. 또는 욕을 퍼붓거나 비웃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어떤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에게 재갈을 물리고 잡아 가두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한 개인의 사상과 양심을 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기는 인권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김 씨의 생각에 관심조차 없고 절대 반대하는 입장이라 하더라도 그가 자신의 생각으로 인해 탄압 받는다면 그와 한편이 돼 줄 의무가 있다.

주체사상을 지향하든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지향하든, 한 개인의 사상과 양심이 위협받지 않고 표현될 수 있는 사회야말로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아니겠는가. 다양한 양심과 표현이 존중받는 사회여야만 그 구성원들은 자기검열의 악습에 물들지 않고 꿈꿀 수 있는 자유인일 수 있다.

구속되기 전 김 씨는 한 게시 글에서 "주체사상에 대해 편협한 접근을 버리고 이 사회에서 좀 더 공개적인 담론으로서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밝혔다. '공개적인' 담론의 요구에 '철창'으로 답하는 철없는 시대는 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