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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홈페이지 운영도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

게시판 운영의 편의보다 네티즌의 권리 관점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의 자유게시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단체들이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게시물 중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칙 없이 삭제하고 있는 것이다.

단체들이 문제삼고 있는 글들은 정치적 반대 의견부터 시작해서 욕설과 폭력적 표현, 유언비어를 날조하는 글 등을 포함해서 다양하다. 한두 번 게시판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적이 있는 단체들은 "다른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여 올바르고 풍부한 소통을 위한 정상적인 게시판을 위해서 삭제조치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되는 입장은 "욕설과 폭력적 표현, 유언비어에 대한 한계를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고 결국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국가권력이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며 주장하는 논리 역시 "건전한 사회풍토를 조성하고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인터넷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사회단체들은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뚜렷한 원칙과 기준 없이 욕설과 흑색선전에 대해 제재를 하고 있다. 어떤 단체는 '적(?)들의 글은 삭제한다'는 원칙을 정해 수많은 표현을 삭제하고 있다. 심지어는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되어야 할 정치적 표현의 자유마저 가차없이 삭제되기도 한다. 이주 노동자투쟁본부가 대부분의 진보진영 사이트에 올린 '이주노동자투쟁속보', '집회제안서'는 한 인권단체 사이트에서 삭제됐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철학적 단초를 제공했던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강제의 방법으로써 사회가 어느 개인의 자유에 정당하게 간섭을 하는 유일한 목적은 자기방어"라고 규정했다. 우리는 이 논리를 그대로 대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는 모든 상황에서 단일한 논리를 가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매체별로 상황별로 맥락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지, 아니면 타인의 자유를 보호하고 신장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인지가 판이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어떤 그룹, 개인도 뚜렷이 그 상황을 예측하여 기준을 정하고 논란 없는 규제행위를 성공했던 역사가 없다는 점이다. 그것은 연구의 부족함으로 인한 논리의 빈약함이 아니라 개인의 표현행위가 똑같은 사안에 대해 똑같은 주장을 하더라도 똑같이 표현될 리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의 홈페이지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알게 모르게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심각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이제 단체의 자유게시판을 걱정하기 이전에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네티즌의 표현을 섬세하게 판단하고 글을 쓴 당사자와 그 글을 읽는 3자를 배려할 수 있는 원칙을 만드는 성의를 가져야 하고, 설령 원칙을 만들었더라도 그 원칙을 네티즌과 자율적으로 논의하고 집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운영자나 단체의 자의적 규제로 인해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상황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