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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문서존재

한·미·베트남 공동조사 사실도 드러나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실위원회(공동대표 이해동 외, 아래 베트남전 진실위원회)는 14일 오전 안국동 느티나무까페에서 "의혹과 증언으로만 제기된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의혹을 뒷받침하는 문서와 사진자료가 입수됐다"고 밝혔다.

주베트남 미군사령부의 각종 수사보고서와 20여 장의 흑백사진 등이 포함된 이들 자료는 미 국립문서기록보관소(National Archives & Records Administration)에 보관돼 오다 지난 6월 기밀해제된 것으로, 베트남전 진실위원회는 지난 10월 이 자료를 입수했다. 진실위원회는 또 "지금 공개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관련 자료 말고도 현재 미국에서 추가로 문서를 확보했으며 정리하는 대로 곧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자료에는 지난 1968년 2월 12일 쿠앙남성 디엔반현 퐁니마을(희생자 69명) 등 3건의 민간인 학살의혹 사건에 대한 보고서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68년 6월 당시 주베트남 한국군 채명신 소장은 미군에 보낸 서한에서 한국군의 잔학행위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으나 미국측 보고서는 이를 일축하고 해당 지역에서 작전 중이던 부대를 중대단위까지 특정해 거명하며 '한국군 병사들의 소행인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내렸다.

이날 공개된 자료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내용은 "1969년 4월 푸옥마이 마을 학살사건은 당시 국제적으로 문제가 돼 한․미․베트남 3자가 공동으로 조사를 벌인 사실을 입증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힌 부분이다. 푸옥마이 마을 사건에 대한 3자 공동조사문서의 존재는 한국군이 베트남 민간인을 학살했음을 인정하는 최초의 문서로 주목된다.

베트남 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관해서는 한국군 당사자, 베트남 피해자의 증언 그리고 한국법정에서 개인의 책임문제가 다뤄지면서 간접적으로만 다뤄져왔다.

베트남 진실위원회 한홍구(성공회대 교수) 집행위원은 "베트남 민간인 사망자의 상당수는 미군의 폭격이나 학살로 생긴 것"이라며, "오늘 공개한 문서가 한국군이 베트남 민간인 학살의 주범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한 집행위원은 "베트남 전쟁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진실을 밝히자"고 호소했다.


<요약>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관련 문서

1. 1968년 2월 12일 퐁니․퐁넛 학살사건 관련 <주베트남 미군사령부 감찰부 진상조사 보고서> : 한국해병 2여단 1대대 1중대가 69명의 어린이, 여성을 근접 사격, 칼 등을 이용해 살해한 광경을 목격한 미군 병사의 진술서, 미해군 병사가 촬영한 사진등이 들어 있다. 미군측은 한국측이 만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짓고 있으며, 이 사건 이후 한국 해병 2여단장이 해당 마을을 방문해 유감을 표명하고 30포대의 쌀을 준 사실을 주목했다. 웨스트모어랜드 사령관이 당시 주베트남 한국군사령관에게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사실, 채명신 사령관이 그 사건은 "베트콩이 한국군으로 위장해 저지른 사악한 사건"이라고 답한 서한도 있다.

참고로 당시 이사건을 담당했던 헌병 조사계장은 한국군의 조사가 "청룡부대처럼 위장복을 입은 베트콩의 소행으로 처리하라"는 지침에 따른 수사였음을 폭로(한겨레21 310호)한 바 있다.


2. 1969년 4월 15일 쿠앙남성 푸옥마이 마을 학살사건에 대한 <한․미․베트남군 합동조사 보고서> : 한국 해병 2여단 2대대 6중대 1소대가 민간인 4명을 학살하고 12명을 다치게 한 사건을 조사한 보고서로 한국군 대표로 이영주 소령이 서명했다. 보고서는 이 사건을 "과실로 인한 비극이었으며, 피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지적하고, "마을의 남쪽 끝에서 한국해병이 광분상태에서 저지른 행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 문서는 한국군이 학살행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확고하고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