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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고> 지방학교라서 그냥 내버려두는 것인가


현재 충남 장항에 위치한 정의여중․고는 전체 교사 가운데 72%인 31명의 교사가 파면되고 1백일이 넘도록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파행을 겪고 있다. 지난 5월 30일에는 재단측이 장항지역에 유일한 여중․고인 이 학교를 내년 2월에 폐교하겠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폐교 결사반대!" "우리 학교를 살려내자!" 장항읍내 곳곳에 걸린 현수막들이 이 학교가 겪고 있는 진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 국회의원으로 대통령, 서울시장 선거에도 출마했던 남장여성 김옥선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이 학교는 재단측의 공금횡령과 교직원 채용시 금품 수수, 교사와 학생에 대한 비인격적 대우 등으로 오래 전부터 세간의 비난을 받아왔다. 지난 2월 25일 재단측이 4명의 교사를 생활근거지와 동떨어진 섬에 위치한 원의중학교로 발령을 내면서부터 상황은 심각해졌다. 전출 발령을 받은 교사들은 모두 재단측에 투명한 재정공개를 요구했던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어서 보복인사의 혐의가 짙었다. 교사와 학생 4백여 명이 장항시내에서 거리시위를 벌였고, 새학기가 시작된 3월 2일부터는 교사들은 장항에서 2시간이 떨어진 대전시 충남도 교육청에서 농성을, 학생들은 수업거부와 교내 농성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31명이나 되는 교사가 근무지를 이탈했다는 이유로 파면되었고, 혼란의 와중에 정의여중 재학생의 40%인 119명과 정의여고 재학생의 12%인 49명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했다. 연일 시위를 벌이는 중학생들은 고등학생들과 분리하기 위하여 10km나 떨어진 폐교된 초등학교로 옮겨 수업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29일에는 농성중인 교사들이 수업에 복귀하려 하자 재단측 학부모와 교육청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어린 학생들에게 가스통까지 난사하는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장항에서 만난 학생들은 1백일이 넘어선 분규에 몹시 지쳐 있었다. 특히 고3 아이들은 모두 "우리는 수능시험을 볼 때까지 만이라도 그냥 정상적인 수업을 받고 싶을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파면된 교사의 빈자리를 임시 교사가 메우고 있지만 워낙 외지여서 충원이 쉽지 않은데다 고3의 경우 영어와 수학을 담당하는 교사마저 없어 학생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교육청은 미온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교육청은 문제의 발단이 된 교사 4명에 대한 전보발령에 대한 재심청구를 기각했으며, 재단측의 폐교 방침에 손을 들어주었다. 이 학교의 공립화를 통해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의 요구에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도 않는다. 교육부도, 전교조도, 사회단체도 이 문제에 소극적인 것은 매 한가지다. 만약 이 학교가 상문고 처럼 서울에 있는 학교여도 이렇게 무관심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정상적인 수업이 이루어질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으로 답할 것인가.

오창익(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