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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용산구청 앞의 어린이 노숙자

"구청 아저씨들 제일 무서워요"


김현욱. 나이 8세, 초등학교 1학년. 옛 거주지는 서울시 용산구 도원동, 지금은 용산구청 앞에서 노숙중.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살던 보금자리를 잃은 현욱이가 노숙생활을 시작한 지도 벌써 40여 일이 지났다. 지난 4월 23일 골리앗에서 쫓겨난 도원동의 세입자들이 주거대책을 요구하며 용산구청 앞에 자리를 마련한 이후부터였다.

어른도 견디기 힘든 노숙생활이지만 다행히도 현욱이는 어린이다운 생기와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고 있다. 다만 또래의 아이들보다 세상의 무서움을 좀 더 빨리 알아차린 것이 남다름이랄까? 특히 현욱이는 '구청 직원 아저씨들'을 무서워한다.

노숙이 시작된 이래 용산구청 앞에서는 숱하게 주민들과 구청직원간의 실랑이가 벌어졌고, 그 속에서 구청 직원들에게 떠밀리는 동네 어른들을 목격한 현욱이는 자연스럽게 '구청 직원'에 대한 두려움을 키워 왔다.

한때는 동네 어른들이 집회에 나가고 현욱이가 노숙장을 지키는 동안 구청 직원들이 노숙장을 철거하는 일도 벌어졌다. 20여일째 단식투쟁중인 이융호(40) 아저씨가 같이 있었지만 두려움 속에 지켜볼 도리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 현욱이는 스스로 노숙장을 지켜야겠다는 다짐이 강하다. 9일 용산구청 앞에서 또 한차례의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현욱이는 '구청직원'들에 대한 경계심을 놓지 못했다. 좋아하는 놀이인 '종이접기'를 하면서도 틈틈이 구청쪽을 바라보고, 또 슬리퍼를 양손에 쥐고는 "구청 아저씨들이 오면 이걸로 때려주겠다"고 폼을 잡기도 한다.

이날 집회가 끝나고 동네 어른들이 행진에 나서자, 구청직원들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한껏 힘자랑을 하던 현욱이도 주민들의 대자보들을 사납게 떼어내는 구청직원들을 보자, 겁먹은 고양이처럼 눈이 동그래지고 만다.

지금 현욱이의 가장 큰 소원은 "철거 싸움 빨리 끝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