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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영화 ⑥ <캐나다 베이컨>(94년작)

군산복합체, 독점자본에 대한 통쾌한 풍자

감독: 마이클 무어/ 출연:존 캔디, 빌 년

코미디 영화가 되려 호러영화(공포영화)보다 더 끔찍할 때가 있다. <캐나다 베이컨>은 코미디 장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간혹 호러영화를 희극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 영화는 극장에서 개봉되지 않고 소리소문 없이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그러나 <로저와 나>라는 다큐멘터리로 일약 그 해 다큐멘터리 감독의 기린아로 떠오른 마이클 무어 감독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반가움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캐나다 베이컨>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적 모태인 다큐멘터리 작품 <로저와 나>의 설명을 통해서 본다면 이해가 한결 쉽다. <로저와 나>는 공장을 철수해버려 한 마을을 졸지에 실업자 마을로 만들어버린 제네럴 모터스 사장 '로저'를 만나기 위해 쫓아다니지만 결국 못만나는 '나'의 움직임과 흉물스런 거대 쓰레기(공장)을 간직한 채 점점 망해가는 마을과 사람들을 함께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로 독점자본주의에 대한 고발 보고서다.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캐나다 베이컨>은 군산복합체에 얽힌 이해관계들을 다각도로 공격하는 해학과 풍자가 가득한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이 영화의 의미심장함은 그냥 유머로만 넘길 수만은 없다. 마이클 무어가 <로저와 나>를 만들 때와 비슷한 상황을 재현하면서 그런 상황이 초래된 보다 넓고 본질적인 원인을 캐고 경고하고 있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치인들을 등장시켜 주변 요소인 정경유착의 비리를 통쾌하게 꼬집으면서 다큐멘터리에서 나타날 수 없는 극적 장치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냉전종식 후, 무기 회사에 근무하던 '뉴욕 나이아가라주(州)'의 주민들 대부분이 직장을 잃게 되면서 시작된다. 돈밖에 모르는 무기회사의 사장 해커는 이 상황이 너무 불만스럽다. 대통령과 보좌관 그리고 국방장관은 '공동의 적'이 없어 통치가 힘들고,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다며 온갖 구상 끝에 웃기지도 않게 캐나다를 '적'의 자리에 두기로 결정한다. 작전명 '캐나다 베이컨'. 캐나다가 미국을 침공하기 위해 국경 근처에 전진 기지를 둔다면서, 매스컴을 통한 보도가 진행되고, 전국적으로 반캐나다 감정이 고조되면서 캐나다 국경 지역에 접한 나이아가라 주민들은 실직보다 '애국적' 사명을 갖고 민병대를 결성 나라를 지키겠다고 나선다. 그 와중에 무기회사 사장의 음모가 서서히 진행된다.

이 영화의 재미는 서로의 이해에 의해 흩어진 진용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공동의 적에 대응하는 과정을 과장됐지만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민병대의 어설픈 행동이 더욱 반캐나다 감정을 고조시키기도 하지만, 해커의 핵무기 발사의 위험에 대한 해결책이 대통령도 무기회사 사장도 아닌 민병대의 착하고 어리숙한 행동으로 결말이 지어진다. 결국 위대한 나라 미국을 이끌어 가는 힘은 권력자, 정치가, 기업가가 아닌 우왕좌왕하면서도 순수한 마음을 가진 시민임을 배경에 깔고 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감독의 작품이면서도 미국영화라는 이유 때문에 또 영웅주의적 요소를 배제할 수 없다는 한계가 보이기도 한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몇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냉전 후 적이 없어진 초강대국 미국이 어느 나라를 타겟으로 해괴한 장난을 할지 모른다는 것과 그 과정에서 희생당하는 주체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 국민이라는 것 그리고 핵무기 사업이 다른 나라뿐만 아니라 바로 자신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 언론도 이익을 따라 정부의 앵무새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로저와 나>는 높은 현실의 벽에서 좌절할 수 밖에 없었지만, <캐나다 베이컨>은 심각한 현실도 얼렁뚱땅 맞추다보면 결국 통쾌한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는 낙관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전미희(민주언론운동협의회/영화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