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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경기여상 12일째 수업 거부

학생·교사, 재단비리 척결 요구

경기여자상업고등학교(설립자 김일윤 신한국당 의원) 학생 2천4백명이 12일째 수업 및 등교를 거부하고 있지만 사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1일 경기여상에는 1백여 명의 학부모들이 모여 대책위원회의 구성 등을 논의했으나, 몇몇 학부모에 대한 '어용' 시비와 흥분한 학부모의 실신 사태 등으로 성과 없이 해산했다.

이번 사태는 재단 비리 및 신임 교감 과 보직교사 임명에 반발하던 학생들이 지난 7일 난방시설 미비에 불만을 터뜨리면서 촉발되었다. 경기여상 학생회(회장 윤미옥)는 21일 "신임 신철균 교감 선생님과 새로 임명된 주임 선생님들이 사퇴하지 않으면, 계속 수업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신 교감은 지난 95년 입학금 착복사건 때 교무주임으로 재직하면서 비리의 중심인물로 지목받아 왔다. 새로 임명된 보직교사들도 재단의 입장에 편들어온 사람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학교 65명의 교사 중 양철원 교사 등 39명도 신 교감의 사퇴와 재단 비리 척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양 교사 등은 지난 3일 김학만 재단이사장과 길종성 서무과장을 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교육부와 청와대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이들 교사들은 지난 12일부터 일과 시간후 철야농성 및 침묵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양 교사 등은 "지난해 교육청에서 내려보낸 환경개선자금 6억5천만원 가운데 재단이 수천만원을 유용한 의혹이 짙다"고 지적하며 "비리 척결과 교육환경개선을 더 이상 현 재단에 맡길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 재단의 사퇴와 관선이사의 파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정남 교장은 "파행이 계속되면, 재단에서 특단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공권력투입도 고려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 교장은 "학생들은 수업에 무조건 복귀해야 하며, 문제 해결은 재단과 교욱청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사태해결이 지연되면서 일부 학부모들은 19일 교육청을, 학생들은 20일 국민회의 당사를 찾아가 해결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상희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에 복귀해야 된다는 것엔 이론이 없다. 그러나, 재단측에서 학생들의 복귀를 위해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태의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또 "법적 하자가 없다해도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이 교감직에 오른다는 것을 학생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11일부터 경기여상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했으며, 24일 감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기여상은 95년에도 입학금 착복 등의 비리사실이 드러나면서 학교장 김성호 씨 등 7명이 사법처리된 바 있으나 2년만에 또다시 커다란 내홍을 겪게 됐다. 동창회장 송민계(21·1회 졸업생) 씨는 "95년에도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며 재단 비리 척결과 교육환경 개선 등을 촉구했다. 당시 실권을 가진 김일윤 설립자가 학부모들 앞에서 요구사항의 해결을 약속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에 복귀했지만, 2년간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