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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현장 스케치-MBC 파업 6일째>

언론이 정권 시녀 되어서는 안돼

차가운 시멘트 바닥도, 매서운 바람도, 방송개혁을 요구하는 문화방송 노조원들의 열기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몇몇 낯익은 사람들의 얼굴은 TV에서보다 오히려 밝고 즐거워 보였고, 그들의 ‘방송독립’ ‘강사장퇴진’의 우렁찬 함성은 시종 자리를 뜨겁게 달구었다. 전면파업 5일째인 18일 오후, MBC본관앞 마당에는 제주 등지에서 상경한 전국 19개 지방 MBC 노조원들이 속속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92년 이후 4년 만에 또다시 방송개혁의 기치가 전국을 뒤덮는 자리였다. 열띤 환호 속에 단상으로 오른 최문순(문화방송노동조합연합 비대위 위원장)씨는 5백여 참석자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전하며, 구속되는 한이 있더라도 강사장의 퇴진과 방송독립 쟁취의 날까지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이용모(언노련 위원장)씨는 “더 이상 언론이 정권의 시녀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이번 투쟁에 외부의 시민?사회단체들도 파업지원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연설에 나선 대표자들은 물론, 이날 참석한 모든 이들의 표정 하나 하나엔 언론민주화의 의지와 사명감이 당당하게 내비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한장의 짤막한 서신이 사회자에게 전달됐다. “…회사는 조직의 원칙고수와 기강확립을 위해 이번 불법집단행동 참가자들에 대해서는 회사 보수규정을 엄격히 적용할 것임을 알려드리니…” 조만간 중징계를 하겠다는 사장의 경고장이었다.

먼길을 달려왔던 지방MBC 노조원들은 이제 자신의 지역으로 돌아가 힘차게 투쟁할 것을 다짐하며 버스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