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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현장스케치> 2백회 맞은 정신대 수요시위


4년 시위 정신대 국제적인 문제로 등장"그 순결한 마음은, 그 순결한 몸은 일본제국주의의 군화발에 짓밟히고, 산산히 찢겨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반세기가 지나도록 사죄하고 배상하려 하지 않는 일본에 대항하여, 꿋꿋이 일어선 할머니들이 여기에 계십니다."

일본군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시작된 정신대 할머니들의 수요시위가 지난 24일 2백회를 맞았다.
이날 2백회 수요시위가 열린 종로구 계동 일본대사관 앞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정신대 할머니와 여성단체 회원, 학생 등 2백여명과 국내외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이효재(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씨는 기념사를 통해 "일본에 대한분노로 시작한 수요시위가 4년이 넘었다"며 "이 싸움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정의롭게 해결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68, 가명)할머니는 규탄사에서 "일본정부는 그동안 공식사죄도 없이 우리들이 죽기만을 기다려왔다"며 울부짖었다. 할머니는 "일본정부가 해결책이라고 내세우고 있는 민간기금은 우리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한국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말한 뒤 "위안부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날 무엇보다 참석자들을 안타깝게 한 것은 강덕경(67) 할머니의 투병소식이었다. '빼앗긴 순정' '위안소에서' 등 정신대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 전시회를 갖기도 한 강할머니는 현재 폐암말기를 선고받고 치료 중에 있다.

집회에 참석한 조혜련(이화여대 사회사업학과 4년)씨는 "대사관 앞에서 4년동안 매주 집회를 가져왔는데 창문 한 번 열어보지 않는 일본정부에 놀랐다"며 "2백회 집회를 기점으로 국민들이 정신대할머니들을 잊지 않도록 더 열심히 집회에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2백회 동안 10여명 사망

참석자들은 집회에서 일본정부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일본대사관에 전달했다. 이들은 공개서한에서 "일본 정부가 비인도적 전쟁범죄에 책임을 다하기는 커녕 전쟁을 찬미하고, 피해자들은 무시하는 망언을 일삼고 있다"며 △군 위안부에 대한 진상규명 △정부의 공식사과 △군 위안부에 대한 법적배상 △범죄자 처벌을 주장했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종로3가 탑골공원까지 거리행진을 벌이며 시민들에게 홍보전을 펼쳤다.

92년 1월8일 시작되어 2백회를 맞기까지 10여명의 정신대 할머니들이 세상을 떴는데 이런 어려움 속에서 얻은 성과도 있다. 서울에서 시작된 수요시위가 미국의 미네소타주와 일본 동경에서 매주 실시되는 등 확산되었고, 묻혀져 있던 정신대 이야기가 밖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특히 지난해 5월 유엔 인권소위원회 특별보고관 린다차베즈씨가 한국과 일본을 방문, 정신대 할머니들을 만나 일본군의 만행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것도 지금까지 쌓아온 싸움의 성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