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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감옥에서

감옥에서 -홍이..^^*-
홍이(돋움활동가)
사랑방 친구들의 제안(?)을 받고 오홋...!! 그거 좋겠다!!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으나 도통 어떤 이야길 적으면 좋을까... 고민입니다..!! 문득 서울구치소에서 읽었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사무실에서 표지만 여러 번 봤으나 한 번도 읽어볼 엄두를 못 냈던 <서준식 옥중서간>이 떠올라 부끄럽습니닷..!!

<사람사랑> 독자(?)들껜 아마도 작년 11월 호에 병역거부를 하게 되었단 인사를 드렸지요... 그리고 12월에 구속되어 감옥생활 4개월 차입니다.. 아직도 하루하루 불안하게 지나는 건 여전하지만... 하루 세 번의 인원점검도, 바깥과는 무척이나 다른 시간의 흐름들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어요.

서울 구치소에서 살다가 남부 교도소로 이사오기도 했고.. 주변 환경이 조금 나아지니 처음 병역거부를 고민하던 때의 생각들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감옥 생활을 준비하며 찾은 고민은 폭력을, 그로 인한 트라우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어요. 유년기에서 청소년기를 관통하며 겪었던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 인권운동에 발을 들인 후 몸으로 마주했던 국가폭력의 트라우마......

문득 사랑방 친구가 넣어주고 간 <숲 속의 사람>이라는 김영갑 작가의 사진집을 펼쳐봅니다. 저는 사진 찍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지요. 사랑방 친구들과 제주를 찾았을 때 방문한 두모악 갤러리에서 충격을 받은 사진들과 시가 있었습니다. 무언가 아름다움에 전율했던 경험은 아마 그 때가 처음이었지요...

그리고 세 번째 제주를 찾았을 때는 서울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수의 경찰과 마주해야 했어요. 그 아름다운 땅에 바다에 군사기지를 짓는다고 평온했던 삶이 산산이 부서져 가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지내는 곳이 감옥인지라 제한적인 소식이지만 좋아하는 할아버지 신부님이 테트라포트에서 떨어져 심각한 부상을 당하시고.. 시공사인 삼성물산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던 평화활동가 친구는 2천여 만원의 손배청구에 휘말리게 되는 현실을 보면서 그저 입술 깨물며 심호흡만 할 수 있는 현실에... 끝도 보이지 않는 답답함.. 절망만 쌓여갑니다...

책을 보면 조금 이해가 될까.. 기도하고 수련하면 마음에 올려진 돌이 내려질까 매달려봐도 아직 끝이 보이질 않아요.. 어쩌면 사는 동안 끝까지 안고 가야할 고민이 아닌가 합니다..

감옥에서.. 곧 출역을 나갑니다.
훨씬 바빠질테고... 쉽지 않은 도전일 겁니다.
다시 나를 붙잡는 여정입니다..

봄이 왔습니다. 나른한 오후 운동장의 햇살이 무척 따뜻합니다.
겨울을 정말 사랑하는 홍이입니다만 감옥에서 맞은 지난 겨울은.. 혹독할 정도로 추웠어요..
물론 유럽에서 경험한 추위에 비교할 건 못 되지만...
같은 서울인데 조금만 외곽이어도 공기가 확~달라요. 양평 어디에선가.. 강가에서 맞던 바람이 생각나네요..
그 겨울을 뚫고 살아냈어요.. 꺾이지 않고서.. 감옥의 봄도.. 겨울보다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다시.. 신영복 교수님과 서준식 전(?) 사랑방 활동가와.. 수많은 장기수들이 살아냈을 그 시간의 무게.. 시간의 밀도를 생각합니다.

죽지 않으리라 살아보리라 살아서 함께 만들 겁니다..
모두가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평화로운 `그` 세상..

- 이것은 홍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