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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북인권' 1차 워크샵 참가자 선언문>

<‘북인권’ 문제의 대안적 접근을 위한 선언문>

지난 11월 17일 유럽연합이 발의한 ‘대북인권결의안’이 결국 유엔총회에서 통과되었다. 뿐만 아니라 유엔인권위원회는 그동안 이미 세 차례에 걸쳐 ‘대북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해 유엔인권위는 대북인권결의안을 통과시킨 이후 특별보고관을 임명하는 등 북 인권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하지만 유엔인권위든, 유엔총회든 프랑스 이민자 사회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나 미국의 빈민 문제․인종차별 문제와 같은 중대한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어떠한 결의도 결정한 바 없다.
북 인권에 대한 유엔의 ‘특별한 관심’은 ‘정치적 공세’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실제로 북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유엔의 다른 활동과는 별도로, 유엔인권위나 유엔총회의 결의안은 북 인권 개선을 실질적으로 지원하지 못한다. 북 역시 그동안 유엔인권위의 대북인권결의안에 반발해왔고 이번 유엔총회의 대북인권결의안에도 강력히 반발했다.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 같은 ‘망신주기(naming and shaming)’는 ‘인권’의 이름을 빙자한 정치적 공세일 뿐이다.
지구상에는 자본주의와 다른, 고유한 원리를 지닌 다양한 체제가 존재한다. 북 사회 역시 자본주의 체제와는 다른 사회운영의 원리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로 발달해온 자유주의 인권의 개념과 논리가 사회주의 사회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없는 조건이 있으며, 덧붙여 사회주의 사회에서 고유하게 발전시켜온 인권관에 대해서도 국제사회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 인권을 완벽히 실현하는 체제는 없다. 체제가 다른 두 사회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인권의 개념과 논리를 내재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북 사회에도 인권침해가 존재함을 부정하지 않는다. 최근의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는 바로 식량난으로 인한 주민들의 생존권 침해였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인권 문제가 존재할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어떤 나라에서도 인권침해가 보편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해왔다. 북 사회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가 북의 특수한 상황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국가 일반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것인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 정부도 좀더 투명하게 북 사회의 상황을 밝힐 필요가 있다. 그것이 북 체제를 위협하는 외부 요소들의 제거와 함께 진행되어야함은 물론이다. 인민의 자결권을 저해하는 외부의 압력이 인권의 이름으로 정당화되어서는 안된다.
미국을 선두로 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그동안 끊임없이 북 체제를 위협해왔다. 미국 의회를 통과한 ‘북인권법’은 북 체제 전환의 의도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남쪽에서는 매년 한-미 합동 군사작전으로 대북 선제공격이 가능한 군사훈련을 해온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바야흐로 북과 중국을 겨냥하는 미국의 위협이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러한 위협과 함께 오랜 세월 계속되어온 경제 제재는 북 인민들의 인권을 위협해 온 요소이다. 북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북 체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격이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또한 북에 대한 국제 사회의 위협은 우리의 평화적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평화적 생존권은 인권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남과 북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남과 북이 긴밀한 협조로 상호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남과 북 인권의 상호 증진을 위해 남과 북의 인권 주체들이 만나 ‘인권 대화’를 시작하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현재 ‘북인권’을 둘러싸고 흑백 논리로 치닫고 있는 대결구도를 극복하고 남-북의 인권 문제에 대한 대안적 논의가 사회적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을 통해서 진정한 인권의 증진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벌여나가는 것이 분단으로 인한 폐해를 줄여나가고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믿는다.

2005년 11월 30일
‘북인권’ 1차 워크샵 참가자 22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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