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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발언대-시] 첫 고료

1995년, 87년 노동자대투쟁 당시 생겨났던
나우정밀노조가 해산했다
내 젊은 시절도 저물어가는 듯 아렸다
무어라도 해야겠기에 10년사를 정리하자고 했다


잘 열리지 않던 철제 캐비넷에서
벌써 누래진 사진들이 낙엽처럼 떨어져 내렸다
주섬주섬, 1년이 지나 ‘영원히 꺼지지 않는 희망의 횃불로’라는
조그마한 책이 정가 없이 나왔다


감수를 본 마지막 위원장 김미옥은
다른 곳은 거의 손대지 않고
‘전두환 정권’의 사이에
모두 ‘파쇼’자를 또박또박 넣어 왔다


그해, 겨울 총회 때
그들이 사례금이라며 20만원이 든 봉투를 내놓았다
‘파쇼’에 맞서 제대로 한번 싸워보지도 못한 나는
글을 써서 돈을 받는 것이 무슨 죄라도 지는 것처럼 부끄러웠다


나는 다시 어떤 시대를 기록할 것인가?
사람들은 여즉도 모두 살기 힘들다는데
아직도 글을 써서 고료 받는 일은 참 멋쩍은 일이다


<자유발언대>를 빌려 드립니다.

자유발언대는 열려 있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맘껏 펼치십시오.
* 원고 마감: 매주 화요일 오후 3시
* 원고 분량: A4 용지 2매 전후
* 이메일: humanrights@sarangbang.or.kr



덧붙임

* 송경동 님은 시인으로 시집 『꿀잠』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