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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장애인 우롱하는 공중파

제작진 인권감수성 요구돼

방송에서 장애인들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을까. 15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방송에 나타난 장애인권의 현실을 점검하고 이들의 권리확보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우선 제기된 문제는 장애인 관련 방송프로그램이 전무하다는 것. 민주언론시민운동연합(아래 민언련)이 2003년 방송3사의 주요뉴스를 대상으로 모니터를 실시한 결과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보도는 0.4%에 불과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박웅진 연구원은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은 장애인의 날 이벤트성으로 쏟아지는 것 외에 평상시 정기편성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방송이 된다 하더라도 시청률이 극히 저조한 시간대에 편성한다"고 비판했다.

관련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하더라도 장애인을 비하하고 부정적인 시각을 부추기는 표현이 난무하는 점도 문제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국 박숙경 팀장은 "장애인을 꼭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그리거나 아니면 기적이나 개인의 피나는 노력으로 극복될 수 있는 것으로 묘사한다"고 지적했다. '동정' 대 '인간승리'라는 이분법적 접근은 장애인들을 사회 속에서 '함께 어울리며 살아야 할 사람'이 아니라 열등하거나 특별한 대상으로만 보이게 한다는 것.

또한 방송관계자들이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없어 장애인 출연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 5월 MBC 뉴스데스크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원이 홀트복지센터를 방문해 중증성인장애인을 발가벗긴 채 목욕시키는 모습을 모자이크 처리조차 하지 않고 여과 없이 방송했다. 이에 장애인 관련 인권단체들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시정 조치는커녕 두 달 후 '신강균 뉴스서비스 사실은'에서 '저상버스와 굴절버스 도입'을 서울시의 예산낭비와 전시행정의 대표적인 예로 지적해 또다시 장애인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줬다.

이 외에도 장애인의 방송접근권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수화방송은 거의 없는 실정이며, 자막방송은 수신기를 달아야 볼 수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장애인들에게 방송의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이처럼 인권침해뿐 아니라 방송에 접근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현실인데도 해결방안은 미흡한 수준이다. 방송심의규정은 '방송은 심신장애인 또는 사회적으로 소외 받는 사람들을 다룰 때 인권이 최대한 보호되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징계 수준이 권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공개 사과조차 강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박 연구원은 "선언에 그치고 있는 법조항에 강력한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고, 장애인 방송접근권을 위한 방송발전기금 배당액을 확대 편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팀장은 "인권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방송제작진의 경우 의무적으로 인권교육을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하며 "장애를 왜곡하거나 편견을 부추긴 경우, 의도와 관계없이 사과 방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