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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야만'의 태국 정부

과잉 시위진압으로 최소 84명 사망

태국 정부가 시위 군중들을 향해 실탄을 발포해 6명이 숨지고 연행자들을 이송하던 중 최소한 78명이 질식사하고 20명 이상이 부상당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10월 25일 태국 남부 나라티왓 주에서는 무기를 가졌다고 의심받아 갇힌 지역 주민 6명에 대해 석방할 것을 요구하며 3천여 명의 이슬람 신도들이 시위를 벌였다. 태국 정부가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위대에게 발포를 감행했고 최루탄과 물대포까지 동원했다. 또 시위대들의 웃옷을 벗게 하고 길바닥에 엎드린 채 손을 뒤로 묶는 등 끔찍한 인권유린을 자행했다. 더욱이 1,300여 명의 연행자들이 트럭으로 이송되던 중 78명이 질식사로 숨졌다.

그런데도 현재 태국 정부는 심문을 하기 위해 체포한 시위대의 정확한 숫자를 밝히지 않고 있고 구체적인 명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방문 및 접촉 또한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제앰네스티 나탈리 힐 아시아담당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된 모든 죽음은 즉시 독립적으로 조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인권위원회 바질 페르난도 이사도 "어떻게 78명이나 군용 트럭에서 질식사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며 "정부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의 폭력적인 대응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 큰 폭력과 긴장만을 불러올 뿐"이라고 비난했다.

국내 인권단체들도 1일 주한 태국대사관 앞에서 태국 정부의 '야만적인 시위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태국 정부는 이번 일에 대해 공개 해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다함께 김광일 운영위원은 "태국 탁신 총리는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며 태국 내에서도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무력을 행사해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아왔다"고 주장했다.

약 95%에 달하는 대부분의 태국 국민들은 불교도들이다. 반면 4% 정도가 이슬람교도들인데 이들은 태국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중앙정부에 대항해왔다. 이에 태국 정부는 이슬람 세력을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무기를 동원해 학살을 서슴지 않았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1월 4일부터 지금까지 이미 440명 이상의 사람들이 죽었고, 지난 4월 28일에는 무장단체와 정부군과의 충돌 이후 정부군의 보복으로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 방화나 폭발과 같은 소요 사태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태국 남부 지방에서는 거의 매일 시민들이나 정부 관료들이 살해를 당한다.

현재 나라티왓 주의 12개 구역 중 8개 구역에서는 통행금지 조치가 내려져 있다. 태국 정부의 '야만적인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에는 태국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2003년 2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세 달 동안 2,245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한편, 주한 태국대사관 바위완 노라판놉 일등서기관은 "연행자 중 일부는 풀려났고 나머지는 여전히 조사 중"이라고 상황을 알리며 "태국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위원회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태국 정부는 조사를 실시하지도, 자세한 상황을 발표하지도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