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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장애인 차별, 제천시장 퇴진 요구

차별당한 장애인, “국가인권위에 제기하겠다”


‘장애’를 사유로 제천시 보건소장 승진기회를 박탈당했던 한 장애인이 인사권자인 제천시장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그는 제천시 보건소 전 의무과장 이OO 씨. 사건의 발단은 7월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천시 보건소 홍XX 소장이 사망함에 따라 제천시는 차기 소장을 새로 임명해야 했다. 이때 제천시 보건소 내에서 소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은 이 씨가 유일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소장의 자리는 당연히 이 씨의 몫이어야 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권희필 제천시장은 차기 보건소장의 임명을 계속 미루면서, 그 기간에 충청북도와의 인사교류에 따라 새로 부임한 노△△ 씨를 10월 23일자로 인사발령했다.

이번 사건이 장애인에 대한 권 시장의 편견에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지난 9월 21일 제73회 제천시의회 임시회에서, 권 시장은 이 씨에 대해 “몸도 불편하고 장애도 대단”하기 때문에 “15만 시민의 의료복지를 맡긴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 아니냐”는 ‘소신’을 밝힌 것. 권 시장은 또 “개인적으로 봤을 때 어디까지나 동정해 드릴 수 있는데,” 보건소장의 인사문제는 “하나의 장애자가 아니라 15만 시민의 복지”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 씨는 지난 14일 제천시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춘천 신촌정보통신학교 의무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장애인단체와 함께 이 문제를 여론화시키고 “국가인권위에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여준민 간사는 권 시장이 “제천시민을 볼모로 삼아서 이 씨와 같은 처지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좌절과 분노를 주었다”며, “장애인 공무원은 물론 제천시민 전체에 사과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 시장은 “승진 후보자 두 분 중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현 보건소장을 임용한 것”이라며, 장애인 차별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일축했다. 또 이 씨가 8월초부터 춘천 신촌정보통신학교 의무과장 시험에 응시준비를 하다가 합격한 후 “그 쪽의 임용일자에 맞추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은 제천시장이 공평한 인사의 원칙을 주장하고 있지만 “인사과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반박하며, “이번 사건은 장애인 문제에서 나타나는 가장 전형적인 차별의 모델”이라고 평했다. 한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회장단은 22일 제천시를 방문해 △이 씨의 재발령을 통한 명예회복 △제천시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이에 대한 시한을 11월말까지로 못박았다. 이어, 이를 수락치 않을 경우 “전국 장애인들의 분노와 항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제천시장이 제천시민에 사과하고 공직생활에서 물러나야 하며, 나아가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를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장애인들의 인권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씨의 아내가 제천시 홈페이지에 남긴 글은 이들이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저희는 보건소장 자리를 오매불망 탐원하는 것도 아니고 시끄럽게 사는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10여년 동안 산 이곳에서 잘못된 관행으로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질 않길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