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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선로에 몸을 내던지며 절규한 이유


"지난 6일, 장애인 30여 명은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선로를 점거했다. 움직이는 것 하나에도 목숨을 걸도록 강요하는 이 사회에 대해 분노를 감출 수 없었던 것이다. 지난 1월 22일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용 리프트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은 박소엽 씨의 일이 장애인들에겐 그들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사건이기도 했다.

현재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이란 지하철뿐이다. 택시는 비싼 요금에다 승차거부 때문에 이용하기 어렵고, 버스는 탈 수도 없고 태워주지도 않는다. 그나마 지하철엔 휠체어 리프트나 엘리베이터가 만들어져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 99년 6월 28일 혜화역, 99년 10월 4일 천호역에 이어 또다시 리프트가 추락함에 따라 지하철마저도 죽음의 공포 없이 이용하기란 어려워졌다. 휠체어리프트의 설치, 검사기준이 전혀 없고 설치업체의 자의적인 판단에만 의존하고 있는 데다 제대로 된 관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이번에 사고가 난 오이도역 수직리프트는 설치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장애인들을 더욱 기막히게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업자원부 및 건설교통부는 물론 시설을 설치한 철도청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련 부처는 오이도역 박소엽 씨 사망사건의 '공범'이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만든다면서 장애인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는 "장애인 등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 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의 이동을 돕는 편의시설조차 안전의 사각지대로 밀어 넣는 우리 사회에 과연 장애인의 이동권이란 존재하는가?

장애인들은 선로에 몸을 내던지면서 절규하고 있다. 정부는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장애인들도 안전하게 지하철을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