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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회사에선 왕따, 근로복지공단도 외면

LG에서 따돌리다 해고, 산재신청도 기각


회사의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따돌림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던 한 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에 낸 산재신청이 지난 5월 26일 기각되었다.

LG전자에서 11년간 컴퓨터 엔지니어로 근무해온 정국정(37) 씨는 지난해부터 회사 내에서 조직적인 따돌림을 받고 상사에게 폭행까지 당했다. 사측은 지난해 5월 정 씨의 동료들에게 '정 씨의 아이디(ID)가 곧 회수될 예정'이라며 '아이디와 PC 등 회사비품을 빌려주면 책임을 묻겠다'는 메일을 발송하는 등 정 씨에 대한 따돌림을 조장했으며, 급기야 올 1월 정 씨를 해고하기에 이르렀다.

정 씨는 "지난해 3월 외근직에서 내근직으로 전직된 이후 사측은 책상조차 뺏고 창가에 서서 일하게 했다"며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밥도 늘 혼자 먹었다"고 토로했다. 정씨 주변 동료들에 의하면 집단따돌림의 발단은 97년 사내 감사 때 정씨가 비리관련자를 제보한 일이었고, 연이어 정 씨가 인사승진에서 누락된 일에 대해 항의하자 더욱 불거졌다고 한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정씨의 한 동료는 "정 씨는 후배나 고객들에게 평가가 좋았던 사람이었다"며 "우리들은 피해가 올까봐 정 씨에 대한 사측의 부당한 대우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부당전보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 정국정 씨는 조사도중 졸도해 보름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당시 강남병원 담당의사는 '적응장애와 우울장애로 환경적인 여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밝혔고 이에 정 씨는 12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 측은 "관련서류가 부족하다", "산재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폐쇄정신병동에서 4개월간 입원해야 하는데 그래도 신청하겠냐", "지방노동위의 결정을 지켜본 후에 하자"는 등의 이유로 번번이 정씨의 산재신청을 반려하다가 결국에는 기각 처리했다.

이에 대해 공단 측 담당자는 "산재신청을 지연한 바 없을 뿐 아니라 심사가 공정했다"고 강조하며 "정 씨의 사례는 업무상 재해가 아닌 성격장애"라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지난 29일 민주노총은 판단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결여됐다며 공단측에 질의서를 보냈다. 민주노총 주영미 산업안전부장은 "보통 새로운 질병을 산재로 판단해야 할 경우 자문의사협의회를 여는데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근로복지공단이 일방 선정한 의사 역시 업무상 질병에 자문한 경험이 적을 뿐 아니라 정 씨의 담당주치의의 소견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힐난했다. 또한 주 부장은 "공단 측이 정씨의 신청을 여러 번 반려하고 정 씨에게 유리한 서류를 참고자료에서 제외한 것 등은 LG 측의 강력한 로비 의혹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씨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사측의 부당전출과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을 각각 기각 처리한 것과 관련하여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