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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단결된 시민의지의 승리

미군 위조지폐범 한국 법정서 실형선고


그동안 한미행정협정(SOFA)으로 인해 미군범죄에 대해 무력하기만 했던 사법부가 시민들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모처럼 자존심을 회복했다.

지난 22일 전주지법 제3형사합의부(재판장 방극성 부장판사)는 칼라프린트와 스캐너를 이용해 원화와 미화 70여장을 위조한 군산 미공군 전투비행단 통신대 병장 데이 엘 허프(25) 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죄(통화위조)를 적용해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1967년 체결된 이후 2차례에 걸쳐 개정된 SOFA규정은 △검찰의 상소권 제한 △구속수사 불가능 △경찰강제권 행사 불가능 △미군의 재판포기 요청의 호의적 고려 등 불평등한 원칙으로 구성되어 있어 우리나라 사법권 행사를 제약해 왔다. 실제로 이같은 협정의 내용으로 인해 지난 96년엔 전체 미군범죄의 2%, 97년엔 7%만이 재판에 회부됐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대한 법원의 실형 선고는 매우 이례적인 판결로 평가된다.

한편 이번 판결에서는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들의 끈질긴 활동이 큰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미군기지 우리땅찾기 시민모임(상임대표 문정현 신부, 시민모임)을 비롯한 군산의 많은 시민단체들은 지난 1월 20일 군산시 공군비행장 헌병대앞 쓰레기장에서 1만원권 위조지폐 1백여장이 발견된 이후 수차례에 걸쳐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이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지속적인 집회와 항의서한 전달 등의 활동을 펼쳐왔다.

검찰이 이미 지난 3월 용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고도 3개월이 지나도록 기소를 하지않자 검찰청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며 재판권을 포기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민모임의 김종섭 사무국장은 "미군측은 지난 8월 임기가 끝나는 허프 병장을 본국에 송환하기 위해 한국정부에 재판 포기 요청을 해왔다"며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제 역할을 해낸 재판부에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김 사무국장은 "이번 재판에 대해 시민들은 대체적으로 만족을 표시하고 있으며, 이번 판결이 앞으로 있을 미군범죄 처벌에 있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현재 허프 병장은 SOFA규정에 따라 불구속 상태로 평택미군기지에 머물고 있으며 항소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허프 병장이 지난 8월 근무임기가 끝나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허프 병장의 본국 귀국을 막기위한 구속이나 출국정지 등의 조치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5년 4월 13일 한국인 여성을 흉기로 찌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미군속 제임스 케이 리 씨가 선고 직후 민간인 여권을 이용해 노스웨스트 항공편으로 도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