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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나를 폭행한 건 용역깡패들”

도원동 폭행 피해자 이범휘 씨 증언


<속보> 지난 3월 30일 도원동 재개발현장에서 중상을 입고 중앙대부속 용산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이범휘(61) 씨는 2일 "골리앗 진입을 시도하다 용역깡패들에게 붙잡혔으며, 15-6명의 용역깡패들에게 세 차례에 걸쳐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당일 새벽 공사현장 내의 철탑망루(일명 골리앗)로 들어가기 위해 철거민 10여 명과 동행중이었으며, 골리앗 부근에 이르렀을 때 어디선가 날아온 돌에 맞아 쓰러진 뒤, 용역직원들에게 붙잡힌 것으로 진술했다. 그는 용역원들에게 잡히자마자 5-6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했으며, 이어 언덕위로 옮겨져 다시 같은 수의 용역원들에게 폭행 당했고, 그 뒤 용역원들이 사용하는 막사로 옮겨진 뒤 세번째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쇠파이프 등으로 수없이 맞아 정신이 들락날락했으며, 막사로 찾아온 구급대에 의해 후송됐다"고 밝혔다.


의혹 사는 경찰 수사방향

그러나, 현재 경찰의 수사는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인상을 주고 있다. 경찰은 이범휘 씨에 대한 폭행용의자로 느닷없이 '대학생들'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시 공사현장 울타리밖에 몰려왔던 2백명 남짓의 철거민과 대학생들 가운데 일부가 울타리를 넘어왔으며, 그들이 이 씨를 용역으로 오인해 폭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차례나 옮겨가며 집단폭행을 당했고, 최후엔 용역 막사로 끌려갔다"는 피해자 이 씨의 진술은 '오인에 의한 폭행'이라는 주장을 납득시킬 수 없는데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철거민 역시 "용역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진입지점 반대편에 모여 소리를 질렀지만, 진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철수했다"며 경찰측 추정과는 달리 진술하고 있다. 특히 경찰이 "조사중인 용역직원들에게서 별다른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힌 점은 자칫 수사가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화상 경위 여전히 의문

또한 피해자 백석호(28) 씨의 화상경위에 대해서도 경찰은 '대학생' 또는 '철거민'을 용의선상에 두고 있는 반면, 용역직원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않고 있다. 현재까지 백 씨의 화상원인은 화염방사기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화상경위는 계속 의문으로 남고 있다.

사건 당일 철거민 일부는 농약분무기를 개조한 '화염방사기'를 소지하고 있었으며, 용역원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불을 붙인 채 진입을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골리앗 농성자들은 "골리앗 아래에서 용역깡패들에게 잡혀가는 사람은 분명히 젊은 사람이었다"며 백석호 씨가 용역깡패들에게 당했을 가능성이 짙다고 보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백 씨가 진입 초반에 '실화'로 화상을 입었을 경우 △용역원들이 백 씨를 골리앗 아래서 붙잡아 다시 울타리 부근으로 끌고 간 뒤, 화상이 발생했을 경우 △백 씨가 다른 철거민이 들고 있던 화염방사기의 화염에 의해 화상을 입었을 경우 등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골리앗 아직도 단전·단수

한편, 2일 현재 골리앗에는 경찰의 인도 아래 음식물과 여성용품 일부가 반입됐지만, 전기와 전화, 물은 여전히 끊겨 있다. 철거민들은 이날 오후 도원동에서 집회를 갖고 "강제철거 중단과 폭행책임자 처벌"등을 촉구했으며, 오는 4일에도 규탄집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