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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현장 스케치>-경찰 폭행에 항의 분신한 이형기씨의 모습

경찰한테 사과 한마디만 들었어도…


한 시민이 대책 없이 죽어가고 있다. 이형기씨 나이는 38세이고, 다섯살 아래인 아내와 여섯살 난 딸 하나를 두고 있는 그는 가진 것이라고는 아버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경기도 안산 원곡동의 방두개짜리 13평 서민아파트 뿐이다.

그는 덕창산업이라는 회사에서 트럭을 운전하며 생계를 유지해왔다. 그런 그가 지난 20일 이후 누워 있는 것이다. 온몸에 3도 화상을 입고 마지막 숨결을 겨우겨우 유지하며 그는 작은 아파트의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집 현관문을 열자마자 역겨운 피고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고대 안산병원과 구로병원, 동대문 이대병원을 돌아다녔지만, 살 가망이 없다는 말에 이씨가 고집하고, 이씨의 아내가 동의해 자진퇴원 하여 마지못해 병원에서 산소호흡기를 떼고 23일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는 안타깝게 이씨를 그의 아내와 친척들이 지켜볼 뿐이다. 언제 갑자기 그의 병세가 악화되어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것을 가족들이 모르는 것은 아니다. 고모집에 가 있는 여섯살 난 그의 딸만 모를 뿐이다.

"저라고 다 죽어 가는 사람을 집으로 데려오고 싶어겠어요. 우리 집 형편에 돈도 없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도 까마득해요. 저 사람은 저대로 놔두면 얼마 못 갈 거고…."

이씨의 아내 나아무개(33)씨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7년전 함께 살림을 살면서 아이에게 언제나 다정했고, 회사에서 야근할 때면 나오는 빵과 우유도 먹지 않고 남겨왔다는 이씨와의 결혼생활이 아쉽기만 하다. 이씨는 지난 20일 오후8시경 안산 원선파출소에 가서 순경들에게 폭행과 인간적인 모욕을 당하고 분을 못이겨 분신하고 말았다. 파출소 부소장은 그의 머리를 무지막지하게 잡아챘고, 의자에 뒷수갑을 채우고 폭행을 했다. 또, 막내동생이나 될 법한 의경들에게조차 인간적인 대접을 받지 못했다.

"이 사람이 한 마디 진심 어린 사과만 받았다면 이러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와 20년 동안 친구로 지내온다는 최남범 씨는 친구의 고통스런 모습을 보고도 아무 손을 못쓰는 자신을 저주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이씨의 수갑만 채웠지 폭행한 적은 없다더라는 말을 전해들은 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글쎄 경찰이 뭐하는 겁니까? 사람이 죽어가는데 저들은 자신들 책임회피하려 하니…."

24일 파출소장을 비롯해 3명의 원선파출소 직원이 직위해제 되었다. 그 날 밤에 찾아간 원선파출소 출입문 정면 책상에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문구가 새삼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