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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연결되기 위해 선을 넘었다

적지 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 때가 참 많다. 올해부터 사랑방이 함께 하게 된 사람이왔다_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이하 ‘사람이왔다’)에서 이야기를 나눌 땐 특히 그랬다. 사랑방의 운동과 이주운동은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이 운동에서 사랑방 활동가로서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공부가 필요하고 고민이 쌓여가던 차에 마침 ‘사람이 왔다’에서 1박 2일 간 이주노동운동을 시작하는 000을 위한 활동가 교육 <선-LINE>을 열었다. 일선에서 활발하게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든 혹은 그렇지는 않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든 국적의 경계, 운동의 경계, 각자 위치한 곳의 선을 넘어 서로 연결되고자 한다면 000에는 누구든 들어갈 수 있었다. 신청자가 많아 애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인원을 확대 모집했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고 하는데 지금 이주 인권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마음을 두고 있고, 알고자 하는지 느껴졌다.

 
본격적인 교육 프로그램에 앞서 모든 참가자 한 명 한 명이 마이크를 잡고 이름과 소속, 교육에 임하는 마음가짐, 혹은 생각을 나누는 ‘입학식’을 진행했다. “아직 잘 모르지만 이번 기회에 잘 배워가겠다”는 다짐을 비슷하게 공유하면서도 각자 이 운동과 연결된 고리가 다양하다는 걸 확인했다. 반면 ‘사람이왔다’의 출범 당시의 장면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이거나, 많은 인원이 복닥하게 모여 앉아있는 방을 둘러보며 사랑한다고 외치는 활동가도 있었다. 처음 봤지만 어쩐지 어색하지 않은 마음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첫째 날에는 두 개의 강의와 모둠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사람 : 그리고 이주>라는 제목으로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 김희정 지회장님이 강의의 시작을 열었다. 현 사회에서 이주노동자와 이주노동운동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짚으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운동의 시야와 관점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이주노동운동을 이주노동자 당사자, 그리고 직접 소통·지원하는 단체에만 전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주노동자가 어떤 국가적 문제의 대안으로서만 취급되면 필연적으로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이주노동운동은 결국 노동의 가치를 폄훼하는 자본주의에 맞서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럴 때 사회운동이 가지고 가야 할 방향성을 그려볼 수 있었다.

이어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박영아 변호사님이 이주노동자의 체류자격과 관련한 판례를 살펴보며 <마주하기 : 이주노동자의 현실> 강의를 진행하였다. 이때, ‘이주의 딜레마’라는 개념이 강조되었는데, 치자(권력 주체)와 피치자(관리 대상)가 불일치에서 발생하는 딜레마라고 한다. 귀화는 엄격히 통제하면서 이민(이주)을 느슨하게 통제하는 것-오히려 확대하는 것처럼 사회 구성원이 될 이들과 외국인-이방인으로 존재할 이들을 구분 짓고 후자에게는 권리를 ‘주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주노동제도이고, 이는 서로의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민주주의의 기치를 위협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첫째 날의 마지막 일정인 모둠 토론 전, 이주활동가 3명(이주노조 섹알마문 수석부위원장님, 부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 상담활동가 또뚜야 님,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 윤다혜 사무장님)이 ‘나의 첫 이주노동자 운동’에 대해 7분 스피치를 진행했다. 다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멋쩍어하면서도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이들이 지나온 시간을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었다. 7분으로 마무리하기에는 아쉬웠지만 이어서 모둠 토론이 그 아쉬움을 메워주었다. 모둠 토론은 이주노동운동을 시작하는 마음 / 이주노동 관련 관심있는 주제 / 이주노동운동을 하며 가장 힘들거나 의미있던 일이라는 3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단순한 질문이면서도 어떤 한 단어로 표현할 수가 없어 모두가 고심 끝에 겨우 포스트잇을 채워갔다. 운동을 처음 만나고 느꼈던 막막함, 분노, 그리고 운동을 하면서 느끼고 있는 무력감, 언어나 활동의 장벽 등에 대해서 말하면서도 동시에 빠지지 않던 키워드는 희망과 연결이었다.

 

▲ 모둠토론을 하며 적었던 포스트잇. 이주노동을 시작할 때의 마음과 운동을 하며 어려웠던/의미있던 일이 적혀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이주노조 활동가 정영섭 님의 <외침 : 이주노동자 투쟁의 역사> 강의가 진행되었다. 지금까지 우리의 투쟁이 어떻게 흘러오고 전진해왔는지를 살펴보았는데, 긴 밤을 보내고 아침 9시 강의라 처음에는 살짝 비몽사몽한 상태였지만 폭력과 억압에 맞서 치열하게 저항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점점 잠이 깨고 강의에 몰입하게 되었다. 이주노동운동은 이주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서로를 조직하고 투쟁하며 일궈왔음에도 불구하고 운동 내부에서조차 여전히 시혜와 배제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무겁게 남았다. 그러나 동시에 그러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여기 모인 우리의 몫임을 확인했다.

 

1박 2일이 너무 짧았다. 각자의 활동 기간과 분야, 지역이 다르고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마음도 다 같지 않았지만, 결국 같은 고민과 갈증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 교육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했던 이들과 “다양한 운동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했던 이들이 만나, 막막했던 마음을 풀고 서로에게 과제를 주는 자리로 교육은 더 너른 연결로 이어졌다. 저녁을 먹으며 우리는 이제 친구니까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던 이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각자의 선을 넘었더니 친구가 생겼다. 한 번 넘었으니 교육에서 받았던 깨달음을 안고 이제는 다른 선, 사회가 그어놓은 차별의 경계선을 무너뜨리기 위해 다시 전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