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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신입활동가 보고회를 마치며

9월 입방 이후 3개월간 촘촘하게 이어져 왔던 신입활동가 교육과정이 끝났다. 입방 첫날, 교육 커리큘럼이 빼곡하게 정리된 종이를 받았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벌써 끝났다니, 과연 이 기간을 잘 보내왔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몰려왔다. 아울러 빠듯한 와중에도 품을 내어 교육에 힘 써주었던 동료 활동가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한국 사회운동과 그 흐름 속에서의 사랑방 운동을 넓게 살펴보았던 교육의 마무리로 신입활동가 보고회를 진행했다. 보고회에서는 신입활동가 두 명이 입방 이후 지내온 기간에 대한 소감 글 하나와 관심이 있는 사회운동 이슈에 대한 글 하나를 준비해서 발표하고 이에 대해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소감문은 가벼운 소회처럼 쓰려고 했지만, 문장 하나를 적을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입방 공고가 뜨기 전까지는 사랑방이라는 단체는 물론이고, 인권운동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던 이가 지금까지 지켜본 사랑방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떠올렸다. 계속해서 고민과 논의를 멈추지 않는 사랑방에는 어느 정도의 방향이 잡히거나 전반적인 이해가 이루어질 때까지 이어지는 질문들이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 방식이 아직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 대화를 함께 하는 데에 있어 내 역량이 부족한 건 아닐까 두렵기도 했지만, 집요한 논의는 운동을 대하는 방식을 고민할 때마다 막연하게 다가왔던 마음의 갈피를 잡아주는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삶의 과제이자 필수적인 요소로서의 활동’을 이미 실천하고 있는 이들과 함께 활동하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소감문에 적었던 처음의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사회 이슈에 대한 글은 미등록 이주민을 주제로 하였다. 강제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故뚜안의 추모 집회에 다녀온 이후, 제대로 이 문제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이주민을 오로지 필요한 노동력으로서만 취급하기 위해서, 이주민을 끌어들임과 동시에 쫓아내도 되는 존재로 낙인을 찍는 국가의 모순적 프레임을 지적하고, 나아가 제도가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글을 쓰기 위해 조사하고 다듬는 과정에서 우리가 맞닥뜨린 부정의에 대한 분노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확인하게 되었고, 쓰는 사람이 이해한 만큼만 말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체감하면서 더 많이 공부하여 더 넓고 깊이 바라보는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두 신입활동가의 발표가 끝나고 동료 활동가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계속되는 질문과 피드백 속에서 글은 다 썼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열심히 읽어준 이들과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글을 완성하는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사회 이슈에 관련된 글은 커리큘럼의 마지막 차례였던 3주간의 글쓰기 교육을 거쳐 만들어졌다. 처음부터 누군가와 함께 글을 쓰고, 그 글에 대하여 다 같이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이 주장이 어떻게 해야 더 효과적으로 잘 가닿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함께 더 나은 방향을 찾아나가는 여정처럼 다가왔다. 의견을 맞추고 이야기하면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점차 선명하고 뾰족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 과정이 무색하게도 발표한 글이 확실한 운동의 방향 혹은 전망을 내세우지 못했다는 점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오늘의 아쉬움은 내일을 위한 자양분으로 삼으려 한다.

사랑방의 교육은 사랑방과 가까워지면서 구성원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기회임과 동시에 “인권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다양한 위치에 있는 인권과 담론 속의 구체적인 존재들을 만나고 배우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스스로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내리고 어떤 이슈를 인권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첫 시작이 보고회였다고 생각한다. 교육의 마침표이자 활동의 첫 단추라고 말하고 싶다. 3개월 남짓의 교육을 어떤 운동의 절대적인 정답으로 삼아서는 안 되고, 이를 통해 어떤 개념이나 운동에 대해 100%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활동을 같이 해나갈 동료로서 서로의 이해 기반을 맞추기 위해 먼저 손을 내밀어주었던 시간은 계속 귀하게 남아있을 것 같다. 보고회까지 끝마치니 이제야 사랑방의 일원으로서 한 발 내디딘 기분이다. 앞으로 사랑방의 활동을 책임지고, 이에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하기 위하여 배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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