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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가을

민선

빨갛게 노랗게 물든 나무들 사이를 걸으며 누렸던 가을이 아득하다. 물들 새 없이 낙엽이 된 나뭇잎들을 볼 때마다 가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지수

가을딥웜 등장☆ 어렸을 땐 생일이 있으니까, 조금 커서는 단풍이 예뻐서, 성인이 되어서는 가을 옷이 제일 예쁘니까, 일을 시작했을 때는 긴 연휴가 껴있는 게 너무 좋아서, 요즘은 더위 가시는 게 반가워서 가을이 좋다. 한창 개명하고 싶어할 때 고민하던 여럿 이름 중에도 있었던, 가을. 이 좋은 계절이 더 길었으면 좋겠는데 점점 짧아지고만 있어 매년 아쉽다. 기후위기 가고 기후정의 오는 그 날에 가을도 같이 길어질 순 없을까나요

 

해미

여름 다음으로 좋아하는 계절. 사실 고약한 은행 냄새도 싫고 급 추워지는 날도 싫지만, 이를 상쇄할 만큼 ‘풀벌레’ 소리를 좋아하기 때문! 폰 메모장에는 다양한 피치와 템포의 풀벌레 소리가 녹음되어 있다. 언젠가 브이로그를 찍으면 깔아주리… 또 가을은 ‘후드티’의 계절 아닌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옷의 형태와 두께. 후드티 입고 싶어서 가을을 기다리곤 한다. (참, 은행구이는 짱 맛있다)

 

대용

계절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편이다. 그래도 간절기가 좋은 점은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다는 점 때문. 안 좋은 점은 패션에 관심이 없는 나에게 간절기 복장은 너무 단벌 신사인 게 티 나는 시기라는 점?!

 

미류

가을은 가장 갑자기 찾아와 갑자기 가버리는 계절이 됐다. 여름 겨울이 길어지면서 봄 가을이 같이 짧아지긴 했지만 봄은 기온보다 3이라는 숫자에 더 부착돼있는 것 같다. 추워도 3월이면 봄이란 거지. 그런데 9월이 돼도 더우면 가을이 안 온 듯하고 11월에도 추우면 가을이 가버린 것 같단 말이지. 그래서 가장 애틋한 계절.

 

영서

가을에 태어나서 그런지 언제나 가을을 기다리며 1년을 보냈던 것 같다. 어쩌면 그냥 생일을 기다린 걸지도 모르지만 점점 쌀쌀해지는 아침 바람을 느끼면 그때부터는 나의 계절이 왔다며 기뻐했었다. 다른 계절보다 짧아서 더 특별하다는 이상한 자부심과 함께... 하지만 요즘은 가을의 어떤 것보다도 두세 장밖에 남지 않은 달력이 더 눈에 밟힌다. 벌써부터 2026년을 대비하는 중.

 

'가을이 온다' 보다 '여름이 간다...'에 더 많은 상념을 갖게 된다. 폭염과 폭우로 기후위기가 회자되는 계절이 되면서부터 '여름을 제일 좋아한다'고 말하기 멋쩍어졌지만, 여전히 1년 내내 햇빛과 푸르름의 느낌을 그리워한다. 물론 가을을 싫어하는 건 아닌데, 오후 4~5시가 되어 노을이 지는 걸 보면 마음부터 황량해진다. 가을 가고 겨울 온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몸도 시리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