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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쇼핑'

해미

선택은 신중하게, 결제는 과감하게. 멋진 신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그간의 선택지 중 그나마 최선인 걸 골라 빨리 털어버리려는 마음에 가깝다. 그리 잦지는 않지만 간혹 후회가 밀려오면, 이게 그 당시 나의 최선이었음을 곱씹으며 받아들인다. 과거로 돌아갈 순 없는 노릇이니, 후회를 안고 미래로 갈 수밖에… 말하고 보니 쇼핑에 국한된 태도는 아닌 것 같네. 또르륵…

 

민선

2+1, 1+1 행사하는 게 보이면 지나치지 못하고 사는 편이다. 주로 편의점에서 간식거리인 것들이라 큰 액수는 아니지만, 원래 사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닌데도 산다. 예상하지 않았던 지출을 한 것인데, “돈을 번 것과 같다”는 내 셈법으로 긍정의 꼬리표까지 달아주면서 말이다. 이런 내게 다들 뭐라 하는데, 나 또한 알고 있다. 외면하고는 있지만, 내 마음 저 깊숙이에서 들리는 소리는…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냐?’

 

미류

1월 어느 일요일이었나, 하루종일 일을 하다가 바람을 쐬어야겠다며 집을 나섰다.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걷다가, 통유리창 안에 식물이 가득한, 새로 생긴 가게를 발견했다. 구경이나 하자며 들어갈 때 이미 결과는 예정되어 있었던 것 같다. ‘충동 구매’도 드문 일이었지만 식물과의 인연을 이렇게 시작하는 것도 처음. 집에 있는 식물 식구들도 모두 반가워했기를.

 

손이 시렸던 걸까, 쇼핑할 여유도 없는 마음이 시렸던 걸까… 어느 날 밤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하나뿐인 (꼬질꼬질) 장갑을 보며 ‘이대로 살 순 없다!’는 생각에 휩싸여 새 장갑을 4개나 샀다. 다양한 두께 다양한 컬러, 장갑 자랑 하고 싶다. 5년 동안 꽤 쏠쏠하게 쌓여있던 은행포인트를 탈탈 털어서 썼더니 마치 공짜로 산 것 같은 뿌듯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