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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피서

아해
올해 초여름에 부모님과 함께 숲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새벽 6시부터 일어나서 (ㅜ.ㅜ) 숲속에 의자 놓고 앉아서, 부모님과 함께 숲멍 때리기. 시끄러운 새소리와 간간이 떨어지는 가랑빗방울, 나무들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더라.

정록
나의 피서지는 동네 도서관이었다. 여전히 더운 6시에 문을 닫는 게 아쉬울 정도. 코로나로 2년째 도서관 열람실이 문을 닫고 있다. 꼭 그래서 에어컨을 산 건 아니지만 좋다. 열람실처럼 집에서 책을 읽어야 피서가 완성될 텐데...


다슬
더위를 피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해요. 가만히 있으면 돼요. 맨 바닥에 얼굴을 대고 누워있으면 더 좋아요. 넥쿨러(최근에 구매했는데 너무 좋아요. 이전에는 젖은 수건을 활용했어요)와 선풍기를 준비하고, 에어컨을 켜요. 여기서 중요한 건! 바닥과 몸을 일치시켜야 해요.


미류
비를 피하는 방법이라며 빗방울 사이로 다니라던 말이 떠오르네. 더위를 피하는 방법은, 더운 공기 사이로 다니는 것이려나? 방법을 못 찾아서 저는 양산을 장만했습니다. ㅋ


민선
냉면, 모밀, 비빔국수, 이렇게 차가운 면류를 자주 먹어요. 지금은 코로나 상황으로 식사가 중단되었지만, 사무실에서 공동식사를 할 땐 여름마다 이런 면류가 나오면 특식이라고 반겼지요. 밖에서 사먹는 것보다는 덜 자극적이라 살짝 아쉬웠지만요. 살얼음 띈 육수를 들이키고 나면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됩니다.


가원
불볕더위가 시작되는 7월말과 8월초 안식주를 가질 계획이었다. 계획은 집행되었고, 원가족을 만나러 부산을 찾았다. 그리고 이튿날 코로나바이러스 밀접접촉자가 되어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 집안으로 바닷바람이 어찌나 선선하게 불어대는지, 내 생애 이토록 한여름 더위를 피해 산 적이 있던가...



피서는 역시 계곡. 나고 자란 남원은 분지 지형이라 여름이면 대구만큼이나 더웠는데, 집에서 2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면 지리산 국립공원의 일부인 구룡계곡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원 사람들은 그 계곡에 있는 정자 이름인 '육모정'으로 부른다) 고등학생 때까지도 친구들과 맨몸으로 버스를 타서 계곡에서 실컷 논 다음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은 몸으로 그냥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피서 코스. 버스 기사님도 함께 탄 승객도 아무도 뭐라고 하거나 눈살 찌푸린 적 없이 으레 그러려니... 하던 고향 여름의 풍경. 그립다.


세주
올 피서는 본의 아니게 아무데도 못가는 것으로 끝났다. 숙소 예약과 교통편까지 다 끝내뒀는데, 그놈의 코로나...가 갑자기 천오백 명을 넘기면서 걱정이 되어 그냥 집 에어컨 밑에서 쉬는 것으로... 작년에는 비도 피하고 코로나도 피해서 잘 다녀왔는데 올해는 성공하지 못했다. 여름 피서를 아무렇지 않게 다녔던 때가 불과 2년 전인데 티비 여행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앞으로 가능할까?...라고 되뇌고만 있다.


어쓰
바람이라도 좀 불어주면 견딜 수 있으련만, 요 몇 년 여름마다 바람 한 점 없이 푹푹 찌거나 찌르듯이 뜨거운 더위가 찾아오니 가만히 있기만 해도 기력이 쭉쭉 빠진다. 원래 에어컨 바람을 별로 안 좋아했는데 이제는 잘 때도 에어컨을 켜고 자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위를 피하려 추위를 만들고, 추위를 만드느라 더위를 키우는 이 아이러니.


대용
나는 더위를 피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일을 시작한 이후로는 더위가 핵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솔직히 숲이나 바다 보다는 집과 사무실이 시원하지 않은가. 하지만 코로나19로 마음껏 돌아다니지 못하는 지금, 휴가라는 감각 자체가 주는 에너지가 너무 절실하다. 이 에너지를 코로나19도 알아야 할텐데. 코로나바이러스도 휴가를 떠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