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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처음 먹어본 음식

아그대다그대  _ 작은 과일이 조발조발 열린 모양이라는 뜻

정록
'고수'가 떠오른다. 2008년에 중국 여행을 처음 갔을 때, 처음엔 고수 향이 별로였는데 여행 막바지에 이르러 고수는 나에게 음식에 풍미를 더하는 식재료가 되어있었다. 언젠가 샐러리도 나에게 그런 채소가 될 수 있을까?

세주
사실 나는 가리는 음식이 거의 없어서 의식적으로 가리는 음식이 아니라면 너무 잘먹는 편이다. 그런데 최근 의식적으로 멀리하다가 한번 먹고 혹한게 있으니... 그것은 바로 별다방 돌체 콜드브루 이다.우연히 쿠폰을 선물 받아 바꿔 먹었는데. 너무 강렬해!! 너무너무 맛있어! 그러나 그 이후 더 사먹지는 않았다. 흠.

미류
안식년 동안 집에서 연일 나물 잔치를 벌였는데, 하나를 꼽자면 명이나물. 장아찌로만 만나던 걸 그냥 먹고 데쳐 먹고 무쳐 먹어보니 이제 장아찌를 보면 명이나물한테 미안하다. 하나 더 꼽자면 더덕순. 향도 미끄덩한 촉감도 더덕 그대로라 놀랐다. 우리,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해
석화(石花).
돌에 핀 꽃 또는 돌과 같은 꽃. 생굴.
어릴 때는 그 비릿함에 토악질을 일삼았는데,
순백의 상자에 담겨온 그날의 석화는,
처음 먹어보는 듯,
마치 바다에서 퍼올린 우유와도 같았다.
그 이후로는 굴을 퍼먹는 사람이 되었지.

가원
피쉬소스와 레몬즙이 섞여, 고수와 같은 이파리 채소와 얇은 당면에 해산물을 곁들여 먹는 태국 음식, 처음 먹을 때 심하게 거부반응을 일으켜 후각까지만 도착하고 미각에는 당도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생각만 해도 침 고이는 음식. 그 이름은 얌운센.

어쓰
지금은 커피를 물처럼 마시고 살지만, 카페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한 스무 살 이전의 나는 쓰기만 한 블랙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마침 자유롭게 음료를 만들어 먹을 수 있던 카페에서, 마침 새벽부터 아침까지 일을 했기 때문일까. 새벽에 쏟아지는 잠을 쫓기 위해 한잔 두잔 만들어먹던 커피가 이제는 일상을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게 되었다. 처음에는 달달한 라떼 위주로 마시다가 점점 입이 깔끔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맛을 들였는데, 물 대신 커피를 마시는 습관은 이 때 만들어졌다. 그다지 건강하거나 몸에 좋은 습관은 아닌 듯하다.

민선
중림동 사무실 시절, 사무실 오가는 골목 바로 앞에 있던 ‘아소부’라는 이름의 이자카야는 툭 하면 찾는 단골가게였다. 어느 날 메뉴판에서 ‘돌멍게’가 눈에 들어왔다. 멍게를 한 번도 먹어본 적 없고 먹어볼 마음도 없던 나였는데, ‘돌멍게’는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걸까 호기심이 생겼다. 향이 강하지 않아 수월하게 먹었고, 이후 비단멍게, 그냥 멍게, 해삼, 개불까지 도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굴까지는 아직 다다르지 못했고, 다양한 해물 모듬을 먹을 때 내 원픽은 해삼이다. 그때 그 돌멍게 덕에 해삼을 먹을 수 있게 돼서 기쁘다. 오독오독 해삼이 먹고 싶다.

디요
우동! 일단 처음 먹은 장면은 생각나지 않지만 우동에 대한 첫 이미지는 생생우동! 국물이 끝내준다는 광고가 히트쳤을 때부터 우동은 라면보다 분명 위에 있는 특별한 음식이었다. 그러다 인스턴트가 아니라 제대로 우동을 만드는 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감격도 여전히 남아있다. 약간 오바하면 면발의 탄성 때문에 입속에 뭔가 살아있는 것을 넘기는 기묘한 기분까지 느꼈달까. 국수, 라면 같은 국물에 면만 둥둥 떠다니는 음식을 선호하지 않지만 우동은 제외!


회와 샴페인의 조합. 둘 다 처음 맛 본 음식은 아니었지만 일본 한 주점에서 이 둘의 조합이 너무 좋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일본 여행 이후로는 회와 샴페인을 같이 먹어본 적이 없는데, 다시 언제 먹어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