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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빈지갑

내 인생의 빈지갑

1월에는 “내 인생의 빈지갑”을 아그대다그대 이야기합니다.

매월 생활비가 떨어질 즘(주로 15일이 지나 활동비가 새로 들어오기 전 열흘정도),
항상 먹고 싶은 음식은 어찌나 많던지!!!.
그럴 때마다 두 가지 수법을 쓴다.
1단계는 명상 속으로 들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실컷 먹는 상상을 한다.
처음에는 잘 안되었는데,
하다보니까 나름 수준이 올라가 욕구가 충족되는 것 같다.
2단계는 가장 적은 돈으로 그러나 최대 효과가 있는 음식을 사 먹는다.
예를 들어,
삼겹살 대신 단백질 보충으로 달걀 후라이,
낙지볶음이 먹고 싶을 땐 매운 떡볶이로 해결한다.
그럼에도 몸을 가진 생명체이다보니,
상상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럴 땐 동생을 꼬득이고 불쌍한 척 해서
비싼 음식점에 가서
우아하게 먹고 싶은 음식을 사 먹는다. (승은)

한번은 한겨울에 술을 마시고,
친구들과 잘 헤어져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거의 막차였겠지.
다음 순간,
눈을 뜬 곳은 어딘지 모를 버스정류장 앞 의자.
그 상황이 혼란스러워 정신을 못차리고 뭐지?뭐지? 하고 있는데,
날씨는 진짜 춥고
지갑마저 비어있는 거다!
순간 스치는 생각.
'아! 술먹고 얼어죽는 게 이런 거구나!'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정신을 차리고 집에 전화해서
택시비 준비를 부탁하고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으으~
지갑에 돈이 두둑히 있었으면 그렇게까지 당황했을까~?
* 친구들은 이 얘기를 듣고,
'아마 네가 버스기사분에게 토해서 버스에서 쫓겨났을 거야.'
라고 친절히 얘기해주었다. (아해)

활동하면서 돈을 안 번적이 조금 있다.
그렇다고 활동비가 정기적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정말 지질히 궁상으로 살았던 적이 있다.
저금통도 다 깨서 쓸돈이 없었다.
최후수단으로
가족이나 친척들이 명절때 준 상품권들을 구두수선집 가서 바꿔
한 2~3주를 쓴 것 같다.
억울한 것은
상품권의 액면가를 주는 게 아니라 50~60%만 준다는 사실..
그래도 울며 겨자먹기로 바꿨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쓴 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그때가 정말 젊었으니 웃을수 있는 기억으로 남는게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ㅠㅠ (바람소리)

초등학교 3학년 때인가?
학교 준비물이 필요하다고 '엄마'에게 "백오십 원만 줘"라고 했다.
근데 엄마는 백오십 원이 없다고 못 준다는 게 아닌가!
어린 마음에 그게 왜 그렇게 서러웠을까?
'우린 왜 이렇게 가난한 거야'라고 생각하며
비참해진 마음으로 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눈물까지 찔끔거렸다.
아...
그 때 이미 세상을 다 알아버렸나보다. (씨진)

나는 지갑을 안 갖고 다닌다.
30대 중반쯤인가 누가 지갑을 선물해주었는데,
며칠 갖고 다니다 잃어버렸다.
그런 뒤에는 지갑에 넣어갖고 다닐 만큼의 돈도 없고,
괜히 지갑에 이것저것 다 갖고 다녀서 몽땅 잃어버리느니
주머니마다 수첩 따로, 돈 따로 등등으로 분산해서 다닌다.
그래서인지
아직 아리랑치기 한번 당해보지 않았다.
돈은 많으면 좋지만,
언제 돈 많이 갖고 다닐 수 있나.
지갑 없이 사는 거지.
그러니 지갑 선물 같은 거 하지 마시라. (래군)

빈 지갑은
항상 돈으로만 연결이 된다.
고로 난 돈이 없어서 추잡한 짓을 한 적이 많다.
하지만 말은 하지 않겠다.
부끄럽다.
부끄러워 (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