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좋은 계절, 가을!
어린 시절의 기억부터 현재의 이야기까지 이어지는 사랑방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지수
내 인생의 첫 독서는 엄마와 함께 시작됐다. 어릴 때 나는 매일 밤마다 엄마와 함께 동화책을 읽었다. 루틴은 이랬다. 밤이 되어 엄마가 자리에 누우면 나는 고심해서 고른 동화책들을 한아름 들고 엄마에게 간다. 엄마가 한권을 집어서 천장을 향해 동화책을 든다. 그럼 나는 그 품에 쏙 들어가 안긴 채로, 엄마의 목소리를 따라 동화책 속 세상을 열심히 쏘다닌다. 그렇게 10권. 때로는 20권. 동화책이야 워낙 얇으니까. 어떤 날은 5권 읽기도 했는데 어린 마음에 그게 그렇게 서운했던 기억이.. 책 읽어주던 엄마의 목소리, 그 소리가 웅웅 울리던 엄마의 품, 그 품의 온도와 냄새. 엄마도 그 시절 내가 그립겠지? 불효녀는 웁니다...
대용
김소영 님이 쓴 <어린이라는 세계>에 나오는 것 같은 독서 교실을 어릴 때 다녔다. 90년대 시골에서 마주하기 어려운 터무니없는 사교육을 받은 것도 놀라운데, 그 와중에 김소영 님 못지않게 훌륭한 독서 교실 선생님 함께 마주치는 우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돌이켜 생각하면 다 지역 운동권들의 돌봄과 교육의 품앗이였구나 싶기도 하고, 그 덕에 활동가가 되었나 생각한다. 내 방 책장에는 50번째 책을 읽은 어린이에 대한 칭찬이 담긴 오스카 와일드의 <별아기>가 꽂혀있다.
가원
독서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건 좋지만, 독서 자체는 안 좋아하는 거 같다.
미류
얼마 전 책장을 정리했다. 책이 꽂혔는지 쌓였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인 채로 지내다가 더이상 안 되겠어서 책꽂이를 몇 칸 샀다. 찾아보기 쉽게 나름의 분류를 만들어 이리저리 옮겼다. 읽었던 책들을 오랜만에 다시 집어보게 된 것. 읽었던 것은 사실인데 읽었던 것은 무엇인가. 책들아, 미안해. 그래도 읽을 때는 진심이었어.
정록
그래도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사서 꾸역꾸역 읽었던 것 같은데, 요즘엔 매일 아침 신문 읽기도 바쁘다. 신문에 소개된 좋은 책이 있으면 냉큼 주문하지만, 펼치지도 못한 책들이 자꾸만 쌓여간다.
해미
일하기 위해 글은 자주 읽게 되는데 책은 잘 안 읽게 된다. 특히나 책을 '즐겨' 읽었던 건 언제였는지 가물가물… 소설을 꽤 좋아한다만, 이야기가 중간에 끊기는 건 싫고 한번 읽을 때 푹 빠져 읽고 싶은지라 몸, 마음, 시간이 준비되어야만 읽는다. 느낌이 오는 날은 눈 뜨자마자 침대에 누워, 한 이야기의 전용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그러기를 지금 대기하고 있는 책들이 있다. 기다려라. 큰 고비가 지난 후 겨울에 널 찾으리…
민선
언젠가를 기약하며 쟁여두고 또 사둔 책이 많은데, 노안이 와버렸다. 독서의 계절이라는 이 가을마저 더 짧아지기 전에 책 한권 들고 다니는 것에서부터...
영서
방학 때는 꼭 도서관에 가는 게 취미였던 초등학생이었다. 책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어른들이 도서관에 가는 나를 보고 기특하다며 머리를 툭툭 쓰다듬어주면 왠지 어깨가 으쓱해져서 가기 싫은 날도 꾸역꾸역 출석체크를 했더랬다. 그렇게 읽은 책 중에 여전히 기억나는 건 <파랑새>. 분명 틸틸, 미틸, 온갖 요정들과 파랑새를 찾는 모험을 함께 했는데 정작 처음부터 집에 있었다니. 이 모든 게 헛수고였다니. 그 허망함이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