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후원인 인터뷰

사랑방을 알아버린 사람들

: 지금 시대의 인권, 운동, 사랑방을 묻다


사랑방은 요즘, 우리의 운동을 계속 이어가고 넓혀가기 위한 ‘사랑방 재생산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 중입니다. 33년 간 만들고 엮어왔던 운동의 역사를 살펴보며, 사랑방의 운동을 알아봐 주고 함께 키워준 후원인 여러분이 있었기에 이 시간이 가능했다는 걸 다시 깨닫는데요. 그렇기에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운동이 무엇인지, 사랑방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지 후원인분들의 목소리로 함께 과제를 찾아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8월 진행했던 후원인 설문조사에 이어, 이번에는 조금 더 가까이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집담회를 열었습니다. 지금 시대의 <인권>, <운동>, <사랑방>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두고, 우리가 걸어온 궤적과 앞으로 내딛어야 할 걸음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사랑방과 함께 해주시는 많은 후원인 분들 중에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는데요. 이번 자리에서는 2020년 전후로 후원을 시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사랑방과의 인연이 비교적 오래되지 않았더라도, 사랑방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시는 분들이 들려주시는 사랑방을 듣고 싶었습니다. 황금 같은 주말에도 기꺼이 시간 내어 사랑방을 찾아주신 김학봉, 류서연, 방기수, 이예진 님과의 인권,운동,사랑방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사랑방과 첫 만남!

사랑방 후원인이라는 공통점만으로 만난 우리,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기 위해 사랑방을 후원하게 된 계기를 나누며 자리를 열었습니다.

 

◀기수 : 작년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에서 열었던 시민공론장에서 사랑방 활동가인 몽과 같은 모둠으로 토론을 하게 되었어요. 그때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랑방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돌아가는 길에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내가 그동안 관심 두고 있던 활동들을 많이 해온 단체였더라고요. 그렇다면 후원을 해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후원을 한 이후에는 탄핵 집회에 나가면 사랑방과 함께 다니기도 했었고요.

 

서연: 저는 어느 날 친구가 ‘사랑방 사정이 어렵다더라’ 하면서 저한테 후원을 하라고 했어요. 이전부터 사랑방은 제게 가장 가까운 운동 단체라고 여겨왔던 신뢰가 있어서 그 말을 계기로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네요. 지금은 개인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계속 후원을 이어가고 있는 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의 활동이라서인 것 같아요. 스스로 ‘너 아직 최악은 아니야’ 할 수 있는 선 같고요. (웃음)

예진 : 몇 년 전, 다른 단체에서 상근활동을 시작하면서 내가 어떤 활동가가 되고 싶은지, 어떻게 해야 운동을 오래오래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시기에 오랜 기간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사랑방을 발견했어요. 단순히 쌓아온 기간이 오래된 것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어떤 운동이 사회에 필요한지 고민하는 모습에 후원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사랑방 소식지 덕분에 제가 몸 담고 있는 필드 밖의 다른 운동들이나 사회의 동향을 살피고 있네요.

학봉 : 대학 시절에 학생운동을 하기도 했고, 친구가 사랑방 활동가이기도 해서 단체의 존재는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어요. 뭔가 당시에는 인권이나 노동이나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어서 어느 활동을 하거나 후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당연했던 것 같아요. 그럴 때 사랑방 활동가인 친구가 사회와 운동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은 스스로 활동과 가깝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래도 사랑방을 후원하면서 연결되어있음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의 우연한 만남, 친구의 권유 등등 네 분이 나눠주신 사랑방을 만난 계기는 모두 달랐습니다. 각자의 다른 자리에서도 사랑방을 알아보고 사랑방 후원인으로 만난 서로를 확인하면서, 본격적으로 인권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았습니다.

 

<인권>은 무엇을 떠올리게 하나요?

오늘의 자리에서 가장 먼저 나누고 싶었던 주제는 ‘인권’에 대한 인식이었습니다. ‘인권’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었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일상적으로 곧잘 언급되곤 하지만, 한편으로 모두의 ‘보편적 권리’가 아닌 제로섬 게임처럼 인권을 주장하는 경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학봉 : 유튜브 영상을 보다 보면 가끔 댓글에서 인권이라는 말이 보일 때가 있어요. 대표적으로 2가지가 ‘범죄자 인권만 인권이냐’와 ‘이럴 때 인권 단체는 뭐하냐’인데요. 어떤 이들에겐 인권이 서로 더 많은 이득을 취하기 위해 경쟁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때론 인권이 특정 사람들에게 ‘너무 많이 보장돼서’ 불공평하다고 하는 식으로요. 사실 그런 댓글들을 보면, 인권이라는 말이 어떤 사회적 재난이나 당장 억압받을 때 외에는 잘 안 보이는 것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인권운동을 지금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서로 대화할 기회가 없어서 그런 것도 같아요.

 

▶서연 : 인권은 공교육에서 많이 쓰이잖아요. 그럴 때, ‘천부인권’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게 되는 것 같은데, 이 말이 많은 걸 흐려놨다고 생각해요. 하늘에서 내려줬으니 이미 해결, 완료된 문제처럼 여기게 되는 것 같거든요. 또, 인권이라고 하면 여러 의제들을 다 포괄하고 있어서 조금은 추상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어쨌든 모든 의제는 ‘인간답게 사는 것’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인권 혹은 인권운동은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오히려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기수 : ‘인권’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은 점점 이전보다 나아지는 방향으로 변해왔으니까요. 그럼에도 여전히 차별은 존재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에겐 ‘인권’하면 소수자, 소외된 사람들,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예진 : 인권이 뭔지 설명하라고 하면 잘 모르겠지만, 일단 한국 사회에 품위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익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삶을 쫓아내거나 망치고 있는 산업들이 계속 권장되는 사회가 되는 것 같아 속상해요. ‘어떻게 품위 있게 살 수 있을까’ 철학적으로 깊게 고민하라는 건 아니어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 순 있잖아요. 애초에 부끄러움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럴 때 우리가 지켜야 할 품위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면, 서로를 돌보며 힘을 길러갈 때 당당하고 충만해지는 느낌이 떠올라요. 이러한 감각을 서로 충분히 느끼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인권이 아닐까요?

이미 '인권'은 충분히 보장되었다는 인식 속에서 인권이라는 말 자체가 잘 와닿지 않는 시대이기도 하다는 현실을 짚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서 여전히 인간답게 살기 위해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마음 아래, 서로를 돌보며 지킬 삶의 품위와 존엄의 중요성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지금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운동>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에서 이 인권을 지키고, 많은 이들에게 와닿게 하기 위한 운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사랑방이 그동안 개별적으로 조직해 온 여러 의제와 현장을 넘어,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운동의 모습과 기대, 그리고 지금의 운동을 바라보며 느끼는 아쉬움까지 물었습니다.

◀학봉 : 저는 페스티벌에서 인류애를 많이 충전하게 되는데요. 페스티벌에서 서로를 배려하면서 행복해하는 이들을 보며, 이런 걸로 즐거울 수 있는 사람들이었네 싶더라고요. 운동도 마찬가지로 ‘즐겁게’ 왔다갈 수 있는 집회들이 좋았어요. 그런 집회에 온 새로운 세대의 사람들을 보며 든든한 마음을 받은 적도 있었고요. 언제나 투쟁이 즐거울 수는 없고, 비장하게 싸우는 것도 운동의 역할이지만, 운동을 하면서도 언제나 놀 수 있는 시공간이 더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활동과 가깝지 않은 이들도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기수 : 집회는 어떤 주제에 대해 말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잘 만날 수 없었던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이에 대한 고찰이 요즘 잘 없는 것 같은 아쉬움이 있어요. 또, 지나가며 마주치는 사람들이나 친구들이 극우 논리에 기반해 말을 할 때, 어떻게 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아요. 내 세계와는 다른, 그들만의 확고한 세계가 만들어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요? 운동을 하는 단체들, 활동가들은 어떻게 고민하는지 궁금해요. 참 쉽지 않네요.

서연 : 종종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주로 인권에 열려있다는 걸 느껴요. 그런데 막상 운동을 하면 이 사람들이 끝까지 함께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이들이 의제에 공감을 하지 않거나 반대해서라기보다는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들을 우리 편으로 모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운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주장에 대해서 ‘나쁘다’고 이야기하기보다 구조적으로 어떤 문제였고 어떻게 나아질 수 있는지 말을 건넬 수 있어야 해요. 그러면 그 사람들이 다음날 출근을 하고 평소와 같은 일상을 살면서도 조그만 인식의 변화를 만들어낼 거라고 생각해요.

예진 : 저는 활동을 시작하고 ‘세상이 망하고 있는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많이 해소되었거든요. 망하면 데모하면 되지, 하고요. 하지만 모두에게 활동하며 살아가자는 말을 할 순 없으니까요. 일단 모두가 각자 필요한 순간에 연결될 수 있음을 운동이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까 품위 있게 사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요. 서로 연결될 수 있는 만남이 너무 결여되어 있는 지금, 서로 만나서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필요해요. 저도 요즘 극우 세력에 대해 갑갑함을 느끼는데요. 그럴 때,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즐겁게, 잘 살 수 있게 하는 만남과 문화를 더 많이 경험하게 하는 게 지금 필요한 운동의 역할일 것 같아요.

여러 바람과 아쉬움을 담은 이야기는 결국 운동이 더 많은 이들에게 가닿고 깊이 연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였습니다. 그 대화의 밑바탕에는 '운동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공통의 믿음이 깔려 있음을 서로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세상을 바꿀 사랑방의 운동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사랑방> 재생산을 위하여

집담회 요청을 드리며 미리 저희가 진행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보내드렸는데요. 이를 보신 후원인 분들은 “사랑방을 전혀 모르는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포부가 크냐고 묻는다면 큰 것 같긴 하다”며 걱정과 우려의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려를 표하시면서도 어떻게 하면 사랑방이 더 너른 재생산을 이뤄낼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며 구체적인 대안과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 예진 : 사랑방은 글을 많이 쓰고 담론을 만드는 곳이잖아요. 이런 글과 관점을 나누는 자리를 꾸려 조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만남으로 장벽을 허무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SNS도 당장 의미 있는 만남은 아니더라도 서로를 확인하는 기회라고도 생각해요. 장벽을 차차 낮추다가 사랑방이 필요한 이들에게 조금 더 겨냥해서 관계를 맺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이야기의 갈증을 느끼는 이들은 많으니까요. 어떤 자리가 그걸 해소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기수 : 사랑방 후원인들의 이야기를 드러내면 어떨까요? 어렴풋 아는 사람들을 투쟁 현장에서 봤을 때, ‘아 이런 사람들도 곳곳에 함께 하고 있구나’하는 감각이 저한테는 기억에 남거든요. 사랑방으로 연결된 이들을 매개로 삼아 더 멀리 퍼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랑방은 글이 좋으니 글을 엮어서 진(zine)을 만드는 건 어때요? 리미티드 에디션처럼요.
서연 : 보통 ‘나 대신 맞는 말 해주는 단체’가 멋있어서 후원을 시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동의하는 언어를 찾고 싶은 대중들이 분명히 있잖아요. 그들을 어떻게 데려올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SNS 활용도 필수적이지 않을까요? 개인이 게시글 하나 공유해주는 것만으로도, 대중들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랑방이라는 데가 있네.’ 하고 알리는 광고 효과가 있을 테니까요.

학봉 : 무엇보다 오프라인에서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대에 흔들리고 불안하게 되는 마음이 계속될 때, 저한테는 오늘의 집담회 자리가 사랑방의 연결을 높여주고, 나아가 뭘 할 수 있을지 마음을 먹어보는 시간이 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이런 자리가 필요할 것 같아요.

사랑방의 장점인 글을 활용하는 방법부터 직접 만남으로 관계를 맺어가는 자리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방을 함께 키워보려는 마음들이 하나둘 모였습니다. 네 분 모두 재생산 프로젝트에 함께하는 ‘ㅅㅅㅅ(사랑방을 사랑하는 사람들)’를 신청하겠다는 결의까지 나눠주며 자리를 마무리했습니다.

 

더 큰 우리가 되자!

사랑방 활동가가 된 지 1년 남짓, 집담회 자리에서 가장 사랑방을 늦게 안 사람은 다름 아닌 저였습니다. 저 역시 비교적 최근에 사랑방을 ‘알아버린’ 사람으로서, 이번 집담회는 사랑방과 후원인 사이의 상호적인 신뢰와 애정을 선명하게 보게 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마음들과 함께라면 사랑방 운동은 얼마든지 커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까지 들기도 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다시 이야기를 붙이며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준비한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미처 글에 담지 못한 말이 많아 아쉽습니다.

집담회에서 가장 많이 맴돌았던 말은 연결과 만남이었던 것 같습니다. 운동과 운동을, 운동과 사람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며 그렇게 서로를 만나게 하는 사랑방의 역할을 다시금 확인한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랑방을 후원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후원인 분들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어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결국 사랑방을 키운다는 것은 이처럼 우리의 연결고리를 더 촘촘하고 너르게 엮어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는 10월 31일, 사랑방을 함께 키워갈 후원인 여러분과의 또 다른 반가운 회동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더 넓고 단단해질 사랑방의 운동을 위해 재생산 프로젝트에 함께 마음을 보태주실 ㅅㅅㅅ가 되어 더 큰 우리가 될 회동에 함께 해주세요!


인권운동사랑방 ㅅㅅㅅ 회동
<더 큰 우리가 되자>

 

더 큰 우리가 되기 위해 마음을 보태주신
사랑방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반가운 회동이 열립니다.
사랑방을 함께 키워갈 ㅅㅅㅅ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일시 | 2026년 10월 31일(토) 오후 2시
▶ 장소 | 서교플레이스 (서울시 마포구 홍익로2길 7, 201호)
▶ 신청하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