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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프로젝트'

8월의 아그대다그대 (작은 과일이 조발조발 열린 모양) 이야기

'메가' 규모의 프로젝트가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우리 '인생'의 프로젝트는 무엇이 떠오르나요?


민선

스무 살에 샀던 기타를 좀 배워보려다 포기. 서른 살 다시 기타가 생겼을 때 이번엔 포기 말고 마흔 살엔 공연해보자는 꿈을 꿨는데, 굳은살이 생길 때까지를 참지 못하고 또 포기. 오랜 시간 방치해 둔 기타를 챙겨 작년 아버지를 꼬셔 노인복지관 기타교실에 등록하게 했다. 이제 웬만한 코드를 치며 노래하는 아버지를 보니, 다시 쉰 살에 기타 합주를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불쑥. 내 인생의 '기타' 프로젝트를 재가동해볼까.

 
정록

개인적으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뭔가를 해 본 기억이 없다. 그러고보니 전반적으로 계획없이 살아왔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건 또 그거대로 맛이 있다. 점점 몸도 힘들어지고,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는 것 같은 요즘에는 이제 프로젝트까지는 아니어도 인생을 좀 계획적으로 살아야 그거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용

혼자 하는 프로젝트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다 보니 늘 '타인과의 협업'이 나에게는 프로젝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 와중에도 운이 좋게도 늘 합리적인 프로젝트와 연관되어 왔던 거 같다. 어떤 프로젝트든 힘들고 어려운 것은 공통이라 여긴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목표나 증명을 하기 위해 헛심을 쓰는 일은 나름 잘 피해 왔달까. 나는야 럭키가이라고 외치려다 보니, 혹시 나로 인해 누군가는 어려웠을까 하는 불안이 엄습.^^;;

 
지수

예비할머니 프로젝트 2년 차.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청년 여성들의 자조모임. 전주에 가서 30대부터 50대까지 비혼여성 생활공동체를 꾸려 온 비비를 만나거나 은평 살림의료사협 견학을 다녀오거나 책을 읽거나 훌라 같은 취미활동을 같이 한다. 더 많은 돈과 정상가족으로 노후 준비를 규정하는 세상에서 가난한 90년대생 페미가 미래를 그린다는 건 대체 뭐일 수 있는 건지, 너무 어렵다. 인생 숙제같어. 만져지는 것들을 같이 더듬더듬 찾아가 보는 친구들이 있어 다행이다. 예비할머니모임 정상 영업합니다(。•̀ᴗ-)✧

 

해미

프로젝트라는 말을 붙이며 일을 시작하는 건 싫다. 뭔가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생긴달까. 물론 그런 부담감을 스스로에게 주며 시작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그러면 나는 보통 시작도 안 해버리고 만다. 아, 제대로 못할 바에는 안 해. 그런데 사랑방의 재생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팀장까지 맡게 됐다. 아씨… 이거 맞냐…? 일단 어찌저찌 굴렁쇠처럼 굴러가는 중… Ooo…

 

영서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비건 식당 지도를 만들어보자는 프로젝트를 기획했었다. 시에서 하는 지원사업에도 선정되었었는데, 열심히 준비해놓고 막상 시작하려니 시간이나 여력이 되지 않아 중단했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지금 돌아보면 그건 다 핑계였고, 조금 겁을 먹었던 것 같다. 시간을 돌린다면 돌아가고 싶은 순간 top3에 꼽을 만큼 후회가 남는다. 실패할 순 있지만 시작조차 안 해보다니!
 

미류

2004년 2월 울릉도에 갔다. 섬을 천천히 걸으며 혼자 일주일쯤 지내다 왔다. 섬에는 무언가 있다! 그래서 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여행은 섬으로 가자는 계획. 많이 다니지는 못했지만 꽤 다녔다. 언젠가부터 섬을 더 챙겨서 가게 되지는 않았다. 기억에서 멀어진 프로젝트였는데…. 이거 쓰다 보니 또 가고 싶다. 서해 5도를 아직 못 가봤다.

 

가원

뭔가를 꾀한다는 의미에서 ‘프로젝트’ 라는 말은 좀 신나는 구석이 있다. 내 인생에 상상만하다가 중단한 프로젝트가 대략 일만이천개쯤 되는 거 같은데. 갑자기 인생에 한번쯤은 제대로 된 프로젝트 하나 성공시켜보고 싶기도. 아 놔 또 잠깐 신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