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발표되었던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는 정부와 기업이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선언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재벌총수들에게 ‘폴더 인사’를 하며 국가 영웅이라고 떠받들었다. 반도체, 피지컬AI, 데이터센터를 미래성장의 주축으로 삼고 속도전, 거점전, 선도전을 펼쳐간다는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해 모든 언론사는 ‘국가미래성장’ 전략이자 ‘지역균형발전’ 기회가 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입장을 표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최대 영업이익, 최대 수출실적이 났다는 이야기나 급등한 코스피와 함께 거대한 규모의 투자계획은 성장의 과실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가 넘쳐났다. 그 속에서 우리는 메가프로젝트가 무엇이고, 이를 통해 그리는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 장미빛 환상 속에 사라진 질문을 끄집어내야 했다. 7월 29일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 그 질문을 품은 이들이 모였다. 온/오프라인으로 100여 명이 함께 해 메가프로젝트의 여러 문제를 살피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메가프로젝트 폭주를 멈춰라
메가프로젝트를 ‘3대 전쟁’이라 부르며 재정과 제도로 총력 지원하겠다는 정부,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이 전쟁의 승패가 아니라, 이 전쟁을 위해 우리가 지금 무엇을 지불하고 있는가다” 제기하며 해미(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는 “기업에 온갖 인프라를 공짜로 바치고, 그 비용은 노동자 시민들에게 넘기고 시민들의 권리까지 내어주는 것”이 메가프로젝트의 진짜 의미라 짚었다. “노동자와 지역의 권리, 한계가 있는 생태 모두를 희생시키며 쌓아 올리는 모래성은 결코 본격화되어선 안되고 지속될 수도 없”기에 반도체 열광과 폭주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재각(대전기후정의모임)은 메가프로젝트에 대해 긍정부터 부정까지 시민사회의 복잡한 입장을 살피며, “국가와 자본이 동원하고 있는 성장/개발주의가 사회운동에도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을 짚었다. 메가프로젝트 정세가 기후정의운동의 연대를 약화시키는 조건을 만들고 있지만, (전지구적 AI 거품, 대규모 자본과 공공 자금, 환경과 노동 규제, 부지 마련, 전력과 용수 공급, 이를 위한 송전탑과 댐 등 인프라, 이를 둘러싼 주민/농민의 저항, 기업의 투자 전략과 변화, 노동자와 노조의 요구와 투쟁, 미국 무역정책, 기후위기에 따른 가뭄 등) “수많은 이질적 요소들이 제때 적절히 연결/조정되고 지속될 수 있을 때에만 성공할 수 있는, 거대하고 장기적이고 복잡한 계획”으로는 “정부와 자본의 ‘AI-반도체 동맹”이 강력하게 이어지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맞서 ‘반 AI-반도체 동맹’을 조직하며 사회생태적 공공성을 우리의 대안으로 삼고 투쟁하며 맞서자고 제안했다.
발제에 이어 반도체 노동자, 농민, 지역주민에게 메가프로젝트는 어떤 문제인지를 토론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종란(반도체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은 미래먹거리로 반도체 산업을 키우는 것에만 골몰할 뿐, 반도체를 누가 어떻게 생산하는가는 사라진 논의를 비판했다. “삼성, SK하이닉스만 기준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공급망,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며, 수백에서 수천 종에 이르는 화학물질을 다루는 거대 화학산업인 반도체 생산에서 건강을 위협받고 목숨을 잃는 반도체 노동자들의 현실을 짚었다. 수많은 피해가 드러났고 이어지고 있지만, 하청·중소업체·현장실습생 등 더 열악한 노동자들의 피해는 통계조차 잡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대가로 굴러온 반도체 산업을 더욱 확장하는 정책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엄청나(전국농민회총연맹)는 메가프로젝트가 “농민의 생명줄인 ‘물’과 ‘땅’을 앗아가는 폭주”라며, 메가프로젝트로 균형발전을 내세우는데 지역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와 AI라는 특정 산업을 지역에 옮기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을 지탱해 온 뿌리인 농업이 먼저 튼튼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RE100 달성'을 내세우며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는 모습은 멀쩡한 논밭을 갈아엎어 태양광을 깔고, 산을 깎아 풍력발전기를 세우고, 그 아래 사는 주민에 대해선 신경도 쓰지 않는 ‘그린워싱’일 뿐임을 비판했다. 지역을 식민지화하는 메가프로젝트에 반대하며 “‘메가(Mega)’라는 이름으로 폭주하는 파괴적 개발이 아니라, 농업이라는 토대 위에 세우는 ‘마이크로(Micro)’하고 지속 가능한 순환 경제,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지역 자생이자 발전”으로 우리의 대안을 그렸다.
이현정(녹색정치LAB 그레)은 메가프로젝트를 놓고 물 공급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용수를 혼재해 쓰는 등 물 부족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며 정부가 내놓았던 입장들을 살폈다. 그리고 물 부족이 예측되는 지역들에 산업단지가 조성될 계획으로 대비책이 없으면 물부족 심화가 우려된다던 2023년 감사 결과를 소개하며, 2021년 최악의 가뭄이 났을 때 농업용수를 반도체 공장으로 보냈던 대만의 사례가 우리에게도 가까운 미래라는 것을 환기했다. 그리고 다양한 유해물질이 쓰이는 반도체 산업의 폐수에 대한 우려도 함께 짚었다.
이태진(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삶과 일터 충북노동자시민회의)은 반도체 산업이 지역에 들어서면 그 지역이 발전하고 성장할 것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불평등을 가속화하고 부정의한 결과로 이어질 것임을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있는 충북지역의 사례를 통해 이야기했다. 하이닉스가 최대 영업이익을 내고 지역 내 총생산은 높은 기록을 냈지만, 그 ‘성과’는 특정 기업의 오너 및 소수의 정규직에게만 집중되고 있을 뿐이다. 임금 격차와 함께 지역 내 불평등은 더 심화되고 있음을 통계로 짚었다. 또한 온실가스, 물부족, 전력공급 문제로 기후위기와 부정의를 가속화하고 성장 논리와 속도전으로 노동자들에게 위험을 떠넘겨온 문제를 보여주며 메가프로젝트가 희생을 강요하는 지역, 주민, 노동자들과 함께 싸워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자본의 동맹에 맞서는 우리의 투쟁
이어진 플로어 토론에서 메가프로젝트라는 정세에서 정부-자본의 동맹에 맞서 우리의 동맹을 어떻게 강화해야 할지 함께 고심하는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메가프로젝트가 우리의 대안일 수 없음은 분명하기에, 이를 반대하는 것을 넘어 사회생태적 공공성을 구체적인 투쟁으로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운동의 과제가 묵직하게 남았다.
8월 22일 기후정의활동가대회로 그 과제를 더 구체적으로 모색하며 채우는 시간이 이어질 예정이다. 그리고 9월 19일 열릴 2026 기후정의행진은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추라” 외치며 지금의 판을 뒤집기 위한 투쟁의 자리가 될 것이다.

6월 이후 9천까지 치솟았던 코스피가 그사이 급락했다. 반도체에 미래를 걸라던 정부의 이야기에 수많은 이들의 삶이 휘청였다. 최대 노동시간 주 52시간 예외 적용, 기간제법 기한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파견 허용 업종의 확대로 노동자의 권리를 무너뜨리는 ‘메가특구 특별법’ 추진 사실이 알려지며 거센 반발도 일고 있다. 국가와 기업이 한몸이 되어 메가프로젝트로 재편하려는 사회가 얼마나 불안정하고 불평등하며 부정의한지 더욱 많은 사람들과 함께 모여 이야기해야 한다. 메가프로젝트는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아니다. 자본이 아니라 우리가 지속해야 할 세계를 함께 그리며, 메가프로젝트 폭주를 멈추기 위해 함께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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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메가프로젝트, 이대로 괜찮은가> - 반도체산업의 확장에 맞선 기후정의운동의 대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