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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광장을 이어 평등을 이룰 세력이 되기 위해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3차 전체회의가 열리기 며칠 전, 이재명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수백조 원이 거론되는 계획에 연일 언론이 떠들썩한 중이었다. 우려와 항의에도 계획은 흔들리는 기색이 없었다. 빅테크 자본의 치킨게임과 공급망 질서를 재편하려는 미중 경쟁이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군사안보 위기로도 연결되고 있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이렇게 된 이상 인공지능으로 간다’는 노선을 명확히 한 셈이다.

“민중을 위한 메가프로젝트는 왜 없는가.” 회의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이토록 무모하고 파괴적인 계획을 돌려세우려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서 민중의 삶이 평화롭고 풍족할 수 있는 우리의 대안을 함께 말해야 한다는 고민이리라 짐작했다. 동시에 ‘민중을 위한 메가프로젝트’는 체제전환 그 자체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인 대안도 필요하지만 대안세력도 그만큼 절실한 시대다.

 

조금 더 나아가야 한다는 기대들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는 작년 7월 열린 2차 전체회의에서 평등으로 가는 흐름을 이어가자는 목표를 정하고 비상계엄 1년 즈음 <가자, 평등으로! 12.10 민중의 행진>을 여는 등 여러 활동을 벌였다. 서로 다른 부문과 지역의 운동들이 세상을 바꾸자는 지향 아래 모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고 광장의 요구가 빠르게 지워지는 상황에서 더욱 소중한 자리가 되었다.
이번 전체회의에는 모둠 토론 시간을 마련했다. 조직위원으로 함께 하는 이들이 서로의 고민과 경험을 나누며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의 활동을 평가하고 과제를 찾아가자는 취지였다. 7개의 모둠으로 나누어 진행한 토론에서는 대체로 비슷한 평가가 모였다. 운동이 각자의 부문이나 의제로 좁아질 때 서로 다른 운동이 연결되며 시야와 관점을 확장할 수 있었고 비상계엄 이후 광장에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더욱 분명해지는 시간이 되었다고 했다.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를 함께 외치거나 여러 지역에서 <평등으로> 신문을 배포하는 시간이 감동적이었다고도 했다. 서로에게 든든한 동료가 되어온 시간이었다.

그래서 조금 더 나아가야 한다는 기대들도 모였다. 비상계엄 사태로 정세가 긴박하던 시기에 함께 움직이며 쌓은 연결감이 조금은 일상적인, 그러나 여전히 불안정한 현재의 정세에서도 잘 이어지면 좋겠다는 기대였다. 체제전환운동이 정세에 맞대응하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실력과 세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모였다. 세상을 바꾸려는 세력이 있음을, 함께 바꾸자고 제안하는 세력이 있음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고민도 모였다.

  

 

함께 도약하기 위한 준비

우리는 어떻게 함께 도약할 수 있을까. 조직위원회의 역할에 대해서 여러 의견들이 제기되었다. 운동 간 연결이 더욱 두터워질 수 있도록 서로의 경험과 역량을 나누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세적인 집중점을 만들며 공동투쟁을 벌여나가면 좋겠다, 지역이나 단체에서 만들고 이어가는 작은 모임들을 지원하고 더 크게 모일 수 있는 자리들이 필요하다, 지역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사회운동의 정치’를 구체화하면서 정치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등의 고민이 오갔다. 이를 위해서 기존의 사업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해보자는 제안들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모둠 토론을 마친 후에는 사업계획에 대한 전체토론을 진행했다.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하며 나아갈 것인지 더욱 분명히 밝히는 조직전망 논의를 하자는 특별사업 제안과 정세분석과 토론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본사업을 만들자는 제안이 기대를 모았다. 광장의 요구가 지워지지 않도록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공동실천을 모색하기로 했고, 내년 여름에는 체제전환운동 입문 캠프를 열기로 했다. 2027 체제전환운동포럼 일정을 내년 1월 28~30일로 정하고 이번 포럼에서는 각자의 현장에서 운동을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세션들도 준비해보기로 했다.

모둠 토론 시간을 여유 있게 배정하다 보니 정작 사업계획에 대한 전체토론 시간이 빠듯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풍성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체제전환운동의 길을 차근차근 놓고 있음을 확인하며 든든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민중의 삶의 자리에서 대안이 시작된다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한 냉소와 환멸이 다시금 번지는 현실에서 대중적으로 ‘운동’의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사회적 의제 설정이든 토론의 쟁점이든 청와대와 민주당이 만드는 틀에 갇혀 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든 세상을 어떻게 바꾸자는 갑론을박이든 민중의 삶으로부터 출발하는 자리는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

불안정한 일자리, 고물가, 저임금, 자산 격차, 주거 불안정 등 체제가 만들어내는 문제들은 여전하고 내란 이후 이러저러한 계기로 극우 세력화의 새로운 계기가 만들어지는 등 정치적 불안정성도 높아지고 있다. 자본-국가는 수백조 원의 도박을 시작했고 흔들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많은 균열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계획이 현실화될수록 누가 이익을 얻으며 누가 삶을 빼앗기는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모두를 위한 미래가 올 것처럼 선전하지만 미래로 나아갈 문이 닫히고 있음을 깨닫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대안은 멀리 있지 않다. 어떤 일이 사람을 존엄하게 하며 어떤 일이 지구를 파괴하는지, 어떤 관계가 서로를 이롭게 하며 어떤 관계가 평등을 해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가진 것 없이 몸으로 살아내야 하는 민중이다. 사회운동의 자리가 그곳임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너끈히 세상을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