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아그대다그대 (작은 과일이 조발조발 열린 모양) 이야기
딱 달려보기 좋은 날씨, 달리기는 어떤 기억인지 떠올려보아요=3
지수
체력장 오래달리기. 90년대에 폐지됐다지만 우리 학교는 했다. 그런 학교다. 그 덕(?)에 나는 내가 단거리도 못하고 계주도 못하지만 오래달리기만큼은 잘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오래달리기라는 자부심을 두고두고 품고 살았다. 타고난 피지컬이 없어도 근성..오기..집념.. 그런 걸로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는 아주 멋진 종목, 오래 달리기! 지금은... 차라리 천국의 계단을 탑니다. 오래달리기야 덕분에 자신있는 종목 하나쯤 있다구 읊고 살았어, 고마웠다!
미류
나는 정말 빠르게 달렸는데 100미터 달리기 20초의 기록을 갱신해보지 못했다. 그래도 원반던지기를 하다가 뒤로 날린 것에 비하면 나쁘지 않았지, 앞으로 달렸으니까. 얼마 전 사무실을 함께 쓰는 인권교육센터 들, 기후정의동맹과 소풍을 가서 수건돌리기를 했다. 왼쪽 무릎 뒤쪽의 통증, 아마도 햄스트링 힘줄 염증으로 추정되는 부상을 입었다. 20초의 전력질주? 원을 그리며 달렸기 때문일 거야. 앞으로 달렸어야 했어.
정록
어렸을 때, 나의 운동회 달리기 사진을 보면 거의 하늘을 보는 것처럼 꺾여있는 목과 앞을 향해 내달리는 몸의 부조화가 인상적이다. 어떻게든 내달리고 싶은 마음과 못 따라주는 몸의 불균형을 이것보다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이제는 앞을 보고 달릴 수 있으니 중단했던 달리기를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해미
누가 1등이냐가 중요하고, 그게 내가 아녔던 100m 달리기를 정말 싫어했다. 스스로와 싸우며 버티다 보면 끝을 보는 오래달리기는 싫지 않았던 것 같다. 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에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오래 못 쉰다는 게 함정이다) 당분간은 달리기는 테일즈런너에서만 할 예정이다. 만나실 분?
영서
애증의 달리기. 운동과는 원체 친하지를 않았는데 그중에서도 달리기와 유독 안 친했다. 이 악물고 전속력으로 달려도 야유를 받거나 같은 선에서 출발해도 어느새 혼자 남겨지는 등... 달리기 앞에서는 서러운 기억만 먼저 떠오르지만 그렇게 달렸다가 멈추면 그제야 머리 뒤로 몰래 흐르는 땀이 영 나쁘지도 않아서 여전히 미련이 남는다. 올해는 마라톤을 참가해보려 한다. 느리긴 여전히 느린데, 그래도 일단 달려보면 된다는 마음.
민선
사무실 오갈 때 영등포역이나 신길역을 이용하는데 걸어서 역까지 15분은 잡는 게 좋다. 하지만 늘 아슬하게 나오면서 달려야만 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10분도 채 남지 않은 어느 날은 놓치지 않기 위해 정말 열나게 발바닥에 불나게 달렸다. 무사히 세이프하면서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 싶은 감격(?)은 1초? 왜 이러고 사는가 하는 현타에 시달리며 가쁜 숨을 고른 기억. 하지만 지금도 달린다. 열나게 불나게.
대용
어릴 때 남자 친구들 무리에서 달리기를 못 해 곤란했던 기억이 많은 데 반해 스스로는 늘 당당했던 거 같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아무도 어린이들에게 잘 달리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각자 알아서 잘하라는 식이어서 정정당당한 종목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가원
왜 달리기는 늘 3등까지만 상을 줬던 걸까. 나는 늘 기분 나쁘게 4등을 했다. 3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국가에서 태어난 죄로 나는 4등 하는 나의 달리기를 자랑스러워한 적이 없다. 에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