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얼마 전 비행기를 예약했다. 빨리 내리고 싶어서 최대한 앞좌석을, 그러면서 창문 밖도 보고 싶어서 창가석을 돈 주고 골랐다. 아침저녁마다 버스 507번에 오를 때마다 바퀴 위 좌석이 비었나 제일 먼저 살핀다. 의자 앞 발 두는 곳이 솟아 있는 게 아주 편하다. 사무실에선 벽 옆 자리에 앉는다. 한쪽이 벽일 때 느껴지는 안정감! 내년에 또 자리 바꾸니까 그때까지 열심히 만끽해야겠다.
해미
세미나를 함께하던 이들과 나중에 친해졌을 때, 내가 맨날 메인 책상에 자리가 남아도 뒤에만 앉아서 ‘우리랑 친해지기 싫은가…? 우리가 불편한가…?’ 고민했다던 분의 말이 떠오른다. 불편해서 거리 둔 게 아니라 거리가 확보되는 게 편할 뿐(?)이라는 점, 그리고 한번 앉은 자리에 쭉 앉는 게 편하다는 점 등등… 복잡해보이지만 시덥지 않은 이유 때문이었는데. 하하. 그 다음엔 조금은 더 가까이 앉았던 기억.
영서
얼마 전 가장 좋아하는 버스 자리가 어디냐는 질문에 나는 맨 뒤쪽 높이 솟은 자리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거기 앉아서 앞을 바라보면 버스 안팎을 오가는 사람들이 한눈에 보이는데, 각자의 하루가 비쳐지는 이런 움직임들을 보고 있자면 조용하고 따뜻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버스를 오래 타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두 번째로 좋아하는 자리는 맨 앞자리다. 취향이 극단적인 편.
민선
사무실 책상 자리를 보면 양 극단의 두 가지 파로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이게 가능한가 싶게 짐이 거의 없는 '깔끔썰렁' 파와 컴퓨터 작업할 공간을 뺀 사방이 짐으로 가득한 '이고지는' 파. 나는 후자인데, 이번 생에 전자가 될 자신은 없고 그 중간 정도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홀로 그럴 자신은 없어서 얼마 전 다시 자리 바꾸기를 할 때 일부러 출입구 쪽을 찜했다. 아직은 괜찮다. 2026년 잘 유지해가기를 바라며….
미류
한창 걸었는데 제자리걸음만 한 것 같을 때 뭔가 잘못 왔나 싶기도 했는데, 어쩌면 제 자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걸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모든 걸음은 제 자리를 찾아가는 걸음일지도 모르겠다.
몽
안식년 가는 건 좋은데, 사무실에 내 자리가 없다니 어쩐지 서운하다. 일을 안 하는 건 너무 좋은데, 내 PC가 없다니 허전하다. 1년 동안 쉬러 가는데 아직 일 모드가 안 꺼졌네요. 순식간에 꺼지길 기원합니다.
가원
안식년에서 복귀한 첫 주 열린 체제전환포럼. 2년 전 같은 포럼에서 기후정의동맹 부스에 앉아 인권으로 읽는 세상을 마감했었다. 2년 후 같은 자리에 부스를 차리고, 오랜만에 보는 동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자 어떤 안도감이 들었다. ‘그래 여기가 내 자리지.’
대용
7-8년 전쯤이었을까, 제주도에서 자리물회를 맛나게 먹은 기억이 난다. 진짜 이름은 자리돔이란다. 아마도 생명평화대행진을 마치고 먹었던 기억인데, 된장 양념의 고소한 물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에 기후위기로 잘 안 잡혀서 먹기 쉽지 않다던데, 이러다 그때 먹은 자리물회가 정말 내 인생의 자리로 남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