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오랜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2025년 8월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 2,3조가 개정됐습니다.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여 교섭권을 비롯해 노조할 권리를 더 확장하며, 그간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방향입니다. 2026년 3월 개정 노조법 시행을 앞두고 개정 취지에 걸맞게 시행되도록 하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역할이자 책임이지만, 오히려 개정 취지에 역행하고 훼손하는 시행령과 해석지침(안)을 내놓았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과 해석지침(안)에 대해 인권운동사랑방도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의견서 파일 첨부 / 아래 본문 내용 붙임)
================================================
“노동자에게 더 많은 교섭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 개정 노조법 시행령에 대한 인권운동사랑방 의견
1. 개정 노조법의 의미
노조법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는 목적이지만, 현실에서는 거꾸로 노동3권을 가로막는 수단으로 쓰여왔습니다. 복잡한 고용구조는 기업들에 위험을 외주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책임은 회피하는 핑계가 되었습니다.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과 교섭하기 위해 하청노동자들은 목숨을 건 투쟁을 해야 했습니다. 파업했다는 이유로 수백억 손해배상 소송에 시달리며 노동자들의 삶이 파괴되어왔습니다. 급증하는 비정형 노동자는 최소한의 법조차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노조법 문제가 오랫동안 지적되어왔고, 오랜 소송 끝에 관련한 판례들 또한 쌓여왔지만 국가는 이를 방치해왔습니다. 법의 한계에 갇히지 않고 스스로 권리를 지키기 위해 나선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과 투쟁으로 비로소 노조법 2·3조 개정이 이루어졌습니다.
2. 노조법 시행령의 문제
개정 노조법은 노동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는 발판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정작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은 노조법 개정의 취지를 허물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시행령은 노동자들이 교섭 테이블에 앉기까지 어떻게 더 복잡하게 만들지, 그리고 최대한 교섭의 당사자를 줄일지만을 궁리한 듯 보입니다. 시행령은 원하청 교섭창구 단일화를 원칙으로 하고 다시 교섭단위를 분리시키는 방식을 제시하였습니다. 1)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는 제도는 노동자의 의견을 배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악법입니다. 노조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쓰인 악법을 들고 나와 하청노동자의 교섭할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2)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게 한다고 하는데, 이는 기존 법원의 판례에서 예외적으로만 허용되던 방식입니다. 분리 결정을 사측이 거부하며 이를 명분 삼아 다시 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재판에 돌입하는 과정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동안 그리고 지금도 원청 대기업들이 교섭에 응하지 않기 위해 펼쳐온 꼼수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시행령은 교섭의제별 사용자성을 노동위원회 안에 자문위원회를 통해 판단하겠다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노동위원회가 해야 할 것은 이렇게 교섭에 대한 제한에 나설 것이 아니라, 위장폐업, 어용노조 설립, 소송제기 등 교섭을 회피하고자 여러 방편을 동원해온 원청 기업들이 교섭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시행령은 사측이 교섭을 회피할 명분을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거부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노동자의 교섭할 권리 보장을 말하는 고용노동부는 입법예고된 시행령을 폐기하고 개정 노조법 취지에 맞게 다시 시행령을 제시해야 합니다.
3. 노동자들이 함께 일터의 문제를 말하며 바꿀 권리
이재명 정부는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그 길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은 반복되는 사고를 막고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터의 위험을 감지하고 대책이 필요하다는 하청노동자의 목소리는 ‘진짜 사장’ 원청이 듣지 않아도 그만인 이야기였습니다. 이는 중대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3명 중 2명이 하청노동자라는 현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터의 문제를 바꾸려면 노동자의 목소리가 더 많이 모일 수 있도록 하고 그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입법예고된 시행령은 이러한 방향과 반대로 가는 것입니다. 노동자의 교섭할 권리는 모든 노동권과 연결된 권리입니다. 노동자의 집단적 이해를 모아가는 첫 단계로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 없이 의미 있는 교섭은 불가능하고, 교섭할 권리 없이 내가 일한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요구하며 작업장 내 위험을 예방하는 대책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이 광장의 민주주의에서 출발한 정부인만큼 일터 민주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일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의 의견을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노사가 교섭하며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일터 민주주의를 다지는 과정으로서 노동자의 교섭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는 시행령을 촉구합니다.
================================================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안)은 사용자 책임 회피용일 뿐”
-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안)에 대한 인권운동사랑방 의견
◯ 인권운동사랑방은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안)에 대해 1) 사용자 판단기준을 엄격하게 하고, 2) 사용자성 인정을 하지 않으려고 하며, 3) 노동쟁의 대상을 축소시키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안)은 개정 노조법의 취지를 훼손하기에 반대합니다.
1) 사용자 판단기준을 엄격하게 한 문제
지침은 사용자 판단기준인 실질적 지배 결정에 대해 ‘구조적 통제’가 인정되는 경우로 엄격하게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조적 통제’를 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에 관한 결정을 원청 사용자가 본질적, 지속적으로 제한하는 경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원하청 관계에서 원청 사용자는 다양한 방식과 층위에서 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구조적 통제’를 확인한 경우만을 실질적 지배 결정으로 볼 수 있다는 지침은 개정 노조법의 사용자 개념을 확대한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납니다.
2) 사용자성 인정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문제
지침은 근로조건별로 사용자성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예시를 두고 있습니다. 지침에서 고용노동부가 스스로 밝힌 것처럼 “예시로 제시한 것 이 외에도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은 다양한 양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예시를 든 것이 현장에서 교섭의제에 대한 제한이 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원청 사용자의 교섭거부와 같이 책임을 회피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큽니다.
3) 노동쟁의 대상을 축소시키는 문제
지침은 사업경영상의 결정이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경우만을 노동쟁의 대상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경영상의 이유’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결정이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하며, 그러하기에 그 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는 노동자들의 개입과 참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지침은 “실현 과정에서 정리해고,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경우에만 단체교섭 대상이 된다”고 협소하게 보면서 개정 노조법에서 확대한 노동쟁의 대상을 오히려 축소시키고 있습니다.
◯ 개정 노조법은 원하청 구조를 통해 이익은 극대화하지만 위험은 외주화하는 정의롭지 않은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오랜 투쟁의 결과입니다. 개정 노조법은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아니더라도 노동을 통해 이윤을 얻었으면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 그리고 부정의한 구조를 방치하면서 국가가 방기해온 책임을 바로 잡으며 노동자의 권리를 온전하게 보장하는 계기여야 합니다. 나아가 이러한 개정 노조법의 시행은 일터 민주주의를 세워가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용자와 교섭해갈 때 현장의 노동조건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며 문제를 양산하는 기업의 결정에 대해 노동자들이 개입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고용노동부의 지침은 사용자가 그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엄격한 기준과 여러 제한을 두면서 하청노동자의 교섭할 권리를 가로막을 뿐이며, 개정 노조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입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고용노동부의 개정노조법 해석지침(안)에 반대하며, 개정 노조법의 취지에 걸맞게 고용노동부가 제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