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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그간 뭐했냐 물으신다면, 사랑방 학교

“사랑방 들어갔다며? 좀 어때? 힘들진 않아?”

밖에서 마주치는 활동가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그간 사랑방 활동가들이 얼마나 성실히 활동해왔으면 냅다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 것일까..! 저의 답은 이랬습니다. “아직 힘들 것이 없어요! 저 지금 사랑방 학교 다니고 있거든요! 진짜 최고의 교육 커리큘럼! 근래에 제일 공부 많이 하고 있어요!! (이어지는 교육과정 자랑)”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 거리가 한바가지인 신입활동가 교육 커리큘럼 3개월 과정이 끝났습니다. 촘촘하고 사려깊은 온보딩 과정을 안배해준 기존 활동가들 덕에, 막막하게만 느껴졌던 ‘활동가’의 시간이 좀더 자연스럽게 다가온 시간이었어요. “그럼 이제 신입 아닌거지?” 라는 농담어린 말에 웃음으로 답하면서도.. 벌써부터 이 3개월이 그리워집니다. 더 잘 보내볼걸!

영서와 지수가 보낸 사랑방 신입활동가 교육 커리큘럼은 ‘1) 한국사회와 사회운동을 바라보는 관점을 나누고 익히자 2) 인권운동사랑방은 어떤 조직인지, 어떻게 만들어가고 싶은지 생각해보자 3) 여러 운동들과 교류를 꾀하고 사회운동의 다양한 방법들도 익히자’는 목표를 두고 꾸려졌습니다. 새로운 활동가가 입방할 때마다 기존 활동가들이 상의해서 교육 커리큘럼을 짠다고 하던데요, 이번에는 좀 새로운 시도들이 있었다고 해요. 아무래도 영서와 지수가 톡톡히 그 덕을 본 것 같아 기쁘고 고마운 마음입니다. 교육과정 중 가장 인상깊은 카테고리는 ‘사회를 이해하기’였습니다. 1) 자본주의 이해 2) 페미니즘 이해 3) 한국 근현대사 세미나가 각각 진행되었어요. 다른 카테고리로는 사회운동, 사랑방 역사와 조직, 활동양식 등에 대한 세미나들도 있었어요. 총 42번의 교육이 있었고, 여기에 반성폭력 교육까지 더하면 그중 3번의 특강도 있었구요. 각 세미나가 일정상 서로 교차하면서 자연스럽게 복습도 하고, 또 같은 주제를 다른 관점과 논지에서 바라보기도 하며, 즐거운 ‘학습’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단편적인 지식을 배우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어떤 의제나 현상에 관해 사랑방 활동가의 입장과 경험 등을 함께 듣고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사랑방 활동가의 시선과 매일매일 마주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랑방에서 20여년 활동해온 이와 사회운동의 역사를 짚고, 반차별운동 20여년 해온 이와 페미니즘 세미나를 하고, 모든 상임활동가들과 함께 현대사를 공부하고 토론하는 시간들이 너무 재밌고 신났습니다. 세미나별로 뭐가 좋았는지 구구절절 하고 싶은데 아쉽네요. 모두 기존 활동가들이 품을 많이 내어준 덕분에 가능했던, 아주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9월부터 11월까지의 교육을 거친 뒤에는, 12월 12일 신입활동가 보고회에서 두 가지의 글을 발표했습니다. 1) 그간의 소회 2) 사회운동 관련 주제글이었습니다. 소회로는 제가 현재 느끼는 걱정거리들을 적어보았고, 주제글로는 전세사기를 썼습니다. 주제글을 쓰는 것에 관해서는, 마침 교육 커리큘럼에 글쓰기 세미나가 포함되어 있었어요. 이 세미나에서 ‘인권으로 읽는 세상’ 쓰기를 연습해보기로 하면서, 기획회의도 해보고 또 여러 차례 피드백도 나눠보면서 글을 다듬어보는 시간을 선행할 수 있었어요. 마침 저는 일전에 주거권 활동을 했었는데요, 전세사기 대응에 직전의 몇 년을 보냈거든요. 여느 활동가가 그렇듯 번아웃을 여러 차례 겪기도 했지만서도 여전히 남아있던 미련이 있어 마음이 어지럽곤 했는데, 이번 글쓰기 과정을 통해 그 마음을 좀더 직시하는 연습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제 주제글의 글감은 ‘전세사기’였고, 주장은 ‘전세사기는 인권의 문제다’였습니다. 2008년에 사랑방이 함께 했던 주거권운동네트워크의 <집은 인권이다>라는 책 제목처럼, 저는 정말 집에 관한 것들이 아주 많이 인권의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전세사기 대응을 하며, 저 스스로 그런 지점들을 충분히 고민하고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괴로웠던 것 같아요. 어느 시기엔 손만 툭 대면 구구절절 하고 싶은 말이 나왔던 것 같은데, 글쓰기 세미나 때는 도리어 말 한마디도 잘 못하고 횡설수설하다가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만 있고 싶어지더라구요. 그래도 이 과정을 통해 한 번 정리해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인권활동가로서 나는 전세사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또 말하고 싶은지를 차근차근 곱씹어보면서, 그간의 주거권 활동 경험의 연장선 위에서 나의 첫 사랑방 활동을 연결하기도 하며, 새로운 시작을 잘 맞이해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2026년 사랑방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잘 적응하고 또 사랑방 활동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잘 익혀보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지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