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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미망인' 중국인동포, "나는 무국적 상태다"

한국정부도, 정국정부도 외면…실제는 중국국적 상태


한국에서 살기로 결심한 외국인이 한국인과 결혼한 후 한국에 들어왔다면 그/그녀는 한국인인가, 외국인인가? 현행 국적법에 따르면, '한국인과 결혼한 상태로', '한국에서', '2년 이상 계속 거주'한 외국인만이 귀화를 허가받을 수 있다. 따라서 그/그녀는 한국에 들어온 후 적어도 2년 동안은 외국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거주한 지 2년이 되기 전에 배우자가 사망했거나 배우자와 이혼한 경우는? 이들은 분명 외국국적 상태지만, 몇몇은 양 국가의 외면 속에 스스로를 무국적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12일 서울 구로구 '중국동포의 집'에서 만난 중국인동포 김아무개 씨도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2000년 7월 중국에서 한국인 한아무개 씨와 결혼한 후 2001년 1월 혼인신고를 했다. 김씨는 같은 해 5월 한국에 들어와 한씨와의 행복한 삶을 꿈꿨지만, 불행은 너무도 빨리 시작됐다.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던 한씨가 그 해 7월 산재로 사망한 것. "(한국)제도도 잘 모르고... 남편이 돌아가니까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눈앞이 캄캄하고, 멍청해지고 어이가 없고..." 김씨는 당시를 돌아보며 눈물을 훔쳤다.

그러나 김씨의 불행은 한씨의 상속 문제를 둘러싸고 더욱 커졌다. 김씨에 따르면, 한씨의 누님과 매형 부부가 한씨의 인감도장으로 차용증을 위조해 김씨를 빚더미에 올려놨다고 한다. 그 빚으로 인해 현재 김씨의 집은 법원경매에 들어갔으며, 이에 맞서 김씨는 '중국동포의 집'의 도움을 얻어 소송을 진행중이다. 현재 김씨는 한 달에 며칠 동안만 다른 집안 일을 도와주며 근근히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자신의 딱한 사정을 중국 대사관에 호소하기도 하고, 한국정부에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도 한국도 모두 도움주기를 포기하며 김씨를 내쫓다시피 했다고 한다. 김씨는 "중국 대사관에선 나보고 중국사람 아니다고 하고, 한국에선 한국사람 아니라고 합니다"라며, "제가 바로 무국적상태지요"라고 하소연했다. 물론 중국국적을 아직 포기하지 않은 김씨는 현재 중국인이다.

"나는 여기서 살려고 왔습니다. 내 잘못이 있으면 돌아가겠지만, 난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돌아가도 집이 없습니다. 내 권리를 스스로 찾아야겠습니다. (남편과 살던) 그 집에서 살아야겠습니다." 한국국적 취득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는 김씨는 한국에서 살기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