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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최민식의 인권이야기

게놈과 인간의 미래


인간의 존재가 불안정하다는 것은 불행한 것이 아니라 인류사의 축복이었음을 인정할 때가 있으리라.

염기서열을 해독해 유전자지도를 작성하는 작업인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성공리에 끝났다는 발표가 전 세계를 흥분케 하고 있다. 세계 주요 외신들은 '세계과학자들이 인간 유전정보의 총체인 인간 게놈지도를 완성, 인류의 과학, 의학사에 또 하나의 찬란한 기념비를 세웠다. 게놈지도 완성과 이를 분석한 이번 연구결과는 질병유발 유전자 규명과 치료제 개발, 환경
적 위험요소 규명, 인간의 진화 등을 밝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극찬과 함께 그 기대를 전망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인간사회의 미래가 질병과 악행이 없는 '유토피아'가 될 것처럼.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비참할 정도로 작은 소리로 들릴 뿐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은 인간게놈지도 작성을 통해 풀어낸 비밀을 활용해 30년 안에 인간은 자신의 진화 방향을 통제하고 변경시킬 능력을 갖게 될 것이며, 2020년이 되면 유전자조작 인간을 안전하게 탄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10년 안에 가장 보편적인 10여 가지 유전질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예방·치료법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나아가 이제 육체 질병뿐 아니라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유전자를 규명해 각종 범죄 등 반사회적인 행동까지도 예방-치료하는 약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럴 듯 해 보이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섬뜩하게 들리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1860년대 오스트리아의 수도사인 그레고르 멘델이 완두콩을 통해 유전법칙 발견한 이후 유전자 조작으로 농산물을 재배하고 동물들을 복제하게 되었다. 마침내 지난달 미국, 프랑스의 과학자들이 인간복제 계획을 발표하고 나섰다. 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는 과학의 힘에 인간의 이성은 쫓아가기에 급급하고 급기야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다. 각 나라마다 생명윤리법 제정을 통해 기본적 인륜을 지킬 것이라고 하면서 법 제정조차 못하더니 이제 그것마저 필요 없게 되었다.

주문형 인간을 양산하는 반(反)인륜적 재앙 앞에서 유전자 연구가 소수의 거대 자본이나 강대국의 이윤창출 도구로 독점될 수 있다는 우려는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막연한 나의 두려움이나 기우에 불과하기를 바라는 것으로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을 통감한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의 서막이며 인류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이에 대한 우리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최민식/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